오피니언 사설

수출도 좋지만…K방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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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시험비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인니, KF-21 전투기 개발 분담금 3분의 1로 일방 축소

차관 제공하고 수출하는 무기 상환 안전책 마련하길

K방산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혔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KF-21·보라매 사업) 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KF-21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조건으로 개발비의 일부를 분담키로 했던 인도네시아가 최근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조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어제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 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8조1000억원을 들여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4.5세대의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공군의 노후 기종인 F-4와 F-5 전투기를 대체하고 향후 수출로 개발비의 일부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2016년 한국 정부가 개발비의 60%를,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20%를 부담키로 하는 계약이 이뤄졌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개발에 성공한 전투기의 실전 배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계약 당시 분담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KAI 사천공장에 파견됐던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관련 자료를 빼돌리다 적발된 시점에 인도네시아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이 지불하는 금액만큼의 기술만 제공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국방부 주변에선 인도네시아가 이미 설계도까지 통째로 빼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그간 5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정부와 업체(KAI)가 부족분을 부담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이 개발비를 떠안으면 원가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에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국민의 세금도 그만큼 더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일을 무기 수출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한국은 지난해 K-2전차 등 명품 무기를 앞세워 173억 달러(약 23조6100억원)어치의 무기 수출을 수주해 2년 연속 세계 10위권을 기록했다. 정부는 현금이 부족한 나라에 차관을 주고, 국회는 연간 15조원이었던 차관 한도액을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방산 세계에선 차관으로 무기를 수입한 채무국이 상환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무기 수출 확대에 전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의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가 돼선 안 된다. 제2의 인도네시아 사태를 막기 위한 기술 유출 방지와 차관 상환 등의 체계적인 안전장치 마련은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