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금개혁 무산은 직무유기…새 국회서 최우선 처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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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호영(왼쪽에서 둘째)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특위 활동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왼쪽에서 둘째)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특위 활동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연금특위 결국 여야 합의 실패, ‘빈손’ 종료

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필수…정치권 결단 시급해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그제 여야 간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여야 협상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논란이 됐던 5박7일간의 유럽 출장 계획도 취소했다. 그동안 뭐하다가 임기 만료를 3주 정도 앞둔 시점에 외유성 출장을 가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던 사안이다.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한 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와 무책임 때문이다. 현재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 계산 결과다. 1990년생이 65세가 돼 노령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는 혜택을 보겠지만, 미래 세대는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소득의 절반가량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시가 급한데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맹탕 개혁안’을 작성해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 등에서 정부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해야 했는데 비겁하게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3대 개혁의 하나로 연금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연금개혁 논의가 국회로 넘어온 뒤에도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국회 연금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에서 넘겨받은 공을 다시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겼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란 대전제는 사라지고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소모적인 공방만 벌어졌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말 시민대표단 다수안이라며 ‘더 내고 더 받는’ 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제시했지만,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 등은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이제 연금개혁의 공은 새로 구성할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미래 세대를 위한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결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25년째 소득의 9%로 동결된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여야 협상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안(13%)을 논의의 시작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에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에선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갖고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이번에도 연금개혁에 실패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면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