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직구 급증하자…"통관 시설 늘려라" 미소짓는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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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중국 초저가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이용자가 급증하자 국내 물류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늘어난 통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시설 확충 등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6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100억원을 투자해 인천공항 글로벌물류센터(GDC)의 자가 통관장 시설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자가 통관장의 월 처리 가능량을 기존 110만 박스에서 220만 박스로 두 배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자가 통관장은 세관의 허락을 받아 택배사가 직접 통관하는 곳인데, 세관이 원격으로 엑스레이 통관 절차 등을 지원한다. 한진은 올 하반기 중 준비를 마치고 연내에 확장된 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진은 테무의 국내 통관·배송을 대행하면서 알리의 일부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해외 직구 물품의 통관을 담당하는 인천공항 국제특송센터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월 20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최대 5배가량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물류 기업들의 투자에는 중국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으로 전년 (5215만4000건)보다 70.3% 늘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온라인 해외 직구 가운데 중국 구매 금액은 전년 대비 121.2% 늘어난 3조2872억원으로 나타나며 구매 수량이나 금액이 모두 성장세다.

이같은 중국 직구 확대는 물류 기업들의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모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하반기 중국발 직구 물량이 늘면서 영업이익은 각각 16.6%, 7%씩 증가했다. 올해 들어 C커머스는 더 가파르게 사용자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알리·테무의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3월 기준 각각 887만명, 830만명에 달하며 지난해보다 더 큰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에 물류 업계는 중국 직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우선 알리의 국내 배송 물량 80%를 소화해온 CJ 대한통운이 알리와 통관·택배 대행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지가 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양사의 통관 대행 계약은 이달에, 택배 계약은 다음 달 말료된다. 업계에선 기존 수준으로 CJ대한통운과 그외 기업들이 물량을 나눠 소화하는 방식의 재계약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알리가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 만큼, 알리 측이 택배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진은 인천공항본부세관으로부터 인천공항GDC의 자가통관장 확장 관련 수행계획서를 최종 승인받고 지난달 5일부터 확장 공사에 돌입했다. 사진 한진

한진은 인천공항본부세관으로부터 인천공항GDC의 자가통관장 확장 관련 수행계획서를 최종 승인받고 지난달 5일부터 확장 공사에 돌입했다. 사진 한진

경기도 군포시 CJ대한통운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에서 AGV(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하는 고정노선 운송 로봇)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군포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는 연면적 3만8,400㎡(1만1,616평)에 5층 규모로, 1개 층이 스마트층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에는 101대의 피킹 AGV와 25대의 이송 AGV가 운용되고 있다. 사진 CJ대한통운

경기도 군포시 CJ대한통운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에서 AGV(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이동하는 고정노선 운송 로봇)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군포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는 연면적 3만8,400㎡(1만1,616평)에 5층 규모로, 1개 층이 스마트층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에는 101대의 피킹 AGV와 25대의 이송 AGV가 운용되고 있다. 사진 CJ대한통운

한국에 물류 투자하는 알리, 이유는

이런 가운데 알리가 3년간 한국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알리는 올해 안에 2억 달러를 투자해 우리나라에 18만㎡,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한국 판매자들의 수출 지원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 물류 업계에서는 알리가 한국 내 배송을 위해서라기보다, 한국을 해외 물류망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있는 알리 물류센터에서 국내 주요 항구로 물건을 보내면 국내에 구축한 알리 통합물류센터에서 선별 작업을 진행한 뒤 인천공항으로 보내 비행기로 북미·유럽 등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경우 해외 물류 허브 망이 잘 갖춰져 있어 중국 본토에서 보내는 것보다 배송 기간이 최대 이틀 정도 줄어들 수 있어 C커머스 기업들에게 한국은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최적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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