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아 모은 3만원, 어려운 아이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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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 아이를 둔 부부가 6일 오전 부산의 한 지구대에 두고 간 과자 박스 . [사진 부산 북부경찰서]

세 아이를 둔 부부가 6일 오전 부산의 한 지구대에 두고 간 과자 박스 . [사진 부산 북부경찰서]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6일)에 한 부부가 현금 등을 담은 박스를 부산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 두고 사라졌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0분쯤 부산시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한 50대 추정 여성이 종이박스(12㎏)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 여성은 경찰관이 다가오자 박스를 바닥에 둔 채, 차 안에 있던 남편과 함께 도망치듯 떠났다.

박스에는 옷과 과자, 라면, 그리고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30장과 편지가 든 봉투가 있었다. 편지 서두에 “세 아이의 아빠”, “첫째가 장애 3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이라고 밝힌 부부는 “폐지 팔아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옷이랑 과자, 현금 얼마 안 되지만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여기까지라 옷 사고 과자 사고 하니 현금은 3만원 정도 남네요”라고 적었다. 이어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주세요. 많이 못 해 미안하다”며 “현금은 적지만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피자라도 맛있게 먹었음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부부가 지난해 10월 폐지를 팔아 모은 4만5000원을 같은 지구대에 두고 간 사람과 동일 인물임을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 당시엔 부산 동구 화재 현장에서 다친 경찰관·소방관을 위해 써달라고 했었다. 경찰은 곧 이 박스를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학섭 덕천지구대 순찰팀장은 “천사 같은 마음에 휴일 일하는 직원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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