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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과잉생산 문제가 존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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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중국 경제에는 ‘순환적 성장 동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대안이 없는 당국은 이번에도 생산 집약적 성장 전략을 선택해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 순환적 성장 동력은 경기순환에 따라 경제를 자연스럽게 부양하는 소비나 투자와 같은 동력이다.

최근 옐런 미 재무장관과 숄츠 독일 총리의 베이징 방문으로 ‘중국의 편중된 성장 정책이 중국 제조업체들이 과잉 생산물을 수출하도록 유도하여 가격 측면에서 불공정하게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박할 것이다’라는 식의 내러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적 데이터는 과잉생산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에서 확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단기적으로 중국에서 ‘상대적’ 과잉공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분명히 높다. 소비 지향적 정책을 재균형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상대적 과잉 공급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 지향적 정책이 지연되는 경우, ‘구조적’ 과잉생산이라는 훨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순환적’ 과잉생산과 달리 ‘구조적’ 과잉생산은 산업 자산의 유휴율을 장기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생산 유지에 필요한 운영비와 ‘기타 비용 항목’의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한다. 최근 수치에 따르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인 중국의 산업들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몇몇 특정 부문에서는 이미 독특한 요인에 따른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 시대에 발생한 중국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최근 관련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 둘째, 계속되는 주택 부문 조정으로 관련 부문 전반에 걸쳐 재고 누적이 심화하고 있다. 셋째, ‘전략적’ 하이테크 제조 부문, 특히 태양전지에 신용을 의도적으로 공급하여 관련 기업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신싼양(新三樣, 3개 신품목)’ 분야인 신에너지 차량,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일부 첨단 제조품의 경우 세계가 중국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태양광 제조 능력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증가분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정책의 지지자들은 이들 분야에서 중국의 생산·수출 확대 정책에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과잉생산에 대한 거시경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현재의 산업 육성 정책을 유턴시킬 가능성은 낮다. 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당국의 인식과 경험에서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에 중국의 제조업 확장으로 인한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