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이렇게 용맹한 포메 봤어? 매일밤 성동구 지키는 '호두'

반려견 순찰대 호두와 반려인 엄호상 씨기 지난 3일 성동구 행당동 놀이터에서 산책 중이다. 강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엄호두라고 해요. 견생 3년차 포메라니안이에요.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절 모르면 간첩이라던데, 맞나요? 훗, 이놈의 인기란. 저는 요즘 저의 반려인(엄호상 씨)과 매일밤 반려견 순찰대로서 의무를 열심히 다하고 있어요. 제 옷 보이시나요?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랍니다. 저처럼 반려견 순찰대로 뽑힌 강아지만 입을 수 있다구요 멍!

제가 유명해진 이유도 반려견 순찰대 일원인 덕분이 커요. 성동구청장이 X(옛 트위터)에 "저 이런 거 혼자만 보는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라고 제 사진을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그후로 바이럴이라고 하나요? 제 영상이며 사진이 인기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좀 포토제닉하긴 하답니다. 저는 실물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요.

앗 여러분, 저는 저기 다른 친구들이 모여 있어서 인사를 좀 하러 가야겠어요. 제가 용맹하긴 한데 먹을 걸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친구들이 간식 먹는 거 같아요. 같이 먹고 싶으니 남은 이야기는 저희 아빠에게 들으세요.

성동구청장 X에 올라온 반려견 순찰대원 호두. 사진 X

지난 3일 성동구 반려견 놀이터에서 만난 엄호상 씨는 호두가 막 태어났을무렵 첫눈에 반해서 반려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최소 15년은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지만, 이젠 제가 호두가 없으면 분리불안이 생길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두에 대해 자랑을 해달라고 하자 "우선 모든 보호자들이 그렇겠지만 호두의 미모가 매력인데, 특히 코 주변 검은 털이 포인트"라며 웃었다. '호두'라는 이름은 털 색상에서 따왔다고 한다.

반려견 순찰대에 지원한 동기에 대해 엄 씨는 "우연히 산책하다가 반려견 순찰대 옷을 입고 있는 반려견을 만났고, 우리도 평소 산책에 더해 봉사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호두로 유명해지긴 했으나 반려견 순찰대는 서울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이미 활성화 된 상태라고 성동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반려견과 반려인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성동구의 또다른 스타 순찰대원인 존이의 반려인 김규린 씨도 반려견 순찰대원이다. 그는 "존이에게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고 감사하는 마음을 봉사를 하며 나누고 싶었다"며 "어느날 (주인을 잃은 반려견이 천신만고 끝 집으로 돌아온다는) 영화 '더 웨이 홈'을 보고 그런 마음이 더 강해졌고, 반려견 순찰대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바로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존이는 영어 이름 존(John)이 아니라 존재할 존(存) 한자 이름이라고 한다. 김 씨는 "존이가 태어날 때 다른 아이들은 응급실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존이는 씩씩하게 살아줘서, 그의 존재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호두와 반려인 엄호상 씨. 호두는 곧 동생이 생긴다. 엄호상 씨의 부인이 임신해서다. 엄 씨는 "아이와 호두가 모두 행복한 생활을 꿈꾼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호두 반려인 엄 씨와 존이 반려인 김 씨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한 게 있으니, 반려견 에티켓이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반려견 순찰대 봉사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엄 씨는 "산책을 하다가도 비반려인 보행자들이 불편해하는 듯 하면 리드 줄을 조금 짧게 잡아 배려하거나, 배변봉투를 늘 소지하여 반려견을 잘 보살펴주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씨 역시 "나만 옳고 남은 틀린 생각은 안 했으면 한다"며 사람이 사는 공간에 동물이 함께 하는 것이니 (비반려인의) 생각도 존중하면서 반려문화가 발전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