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정의 달이 두렵다…나들이는 포기, 선물은 알리에서

중앙일보

입력

#경기 김포에 사는 이상현(44)씨는 초등학생 자녀 2명과 보낼 어린이날 연휴가 벌써 걱정이다.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에 그는 “사람이 많아서 안 된다”고 설득했지만, 사실은 비용 부담이 두 아들에겐 말하지 못한 진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계산을 해보니 놀이공원을 하루 갔다 오면 40만원 정도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며 “어버이날 부모님 용돈까지 고려하면 이번 달은 집에만 있어도 적자라 아이들 장난감 선물은 일찌감치 알리에서 주문했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세웠던 일정대로 계산 결과 에버랜드 종일권 기준 4인 가족 25만2000원이다. 제휴카드로 최대로 할인을 받아도 13만2000원을 내야 한다. 놀이공원 내에서 먹을 추로스‧커피 등 간식비 4만원은 잡아야 한다. 점심을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중국집에서 먹으면 각각 2만8800원, 8만6000원이 든다. 여기에 김포에서 용인 에버랜드까지의 기름값(1만3000원) 등 각종 부대비용도 추가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맥도날드·피자헛 등 2일 가격 인상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놀이시설이용료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 올랐다. 국내 대표 놀이공원인 에버랜드는 지난해 연간이용권과 종일권 가격을 최대 15.4% 인상했다. 롯데월드는 전용 대기라인을 이용해 놀이기구를 빠르게 탑승할 수 있는 매직패스 5회권을 지난 2월 4만9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올렸다. 나들이 비용으로 볼 수 있는 콘도이용료(6.8%), 호텔숙박료(4%) 등의 가격 인상률도 전체 물가상승률(2.9%)을 웃돌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4일부터 6일까지 황금연휴가 왔음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지난달 외식 물가상승률은 3%를 기록하는 등 외식 물가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가 줄 인상에 나섰다. 맥도날드는 이날부터 불고기버거의 가격을 3100원에서 3400원으로 9.7%(300원) 올리는 등 16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피자헛도 같은 날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고,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는 지난달 대표 메뉴 고추바사삭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올렸다. 배달료를 제외해도 ‘치킨 2만원’이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중국 직구가 57% 차지…역대 최고

KB국민카드가 이날 4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이날 용돈‧선물의 적정 비용으로 5~10만원, 어버이날 용돈‧선물로는 10~20만원을 선택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고가의 선물이나 고액의 용돈은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또 이달 예정된 석가탄신일엔 48%가 집에서 휴식하겠다고 답하는 등 고물가로 인해 외출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서울 왕십리 이마트의 장난감 코너. 정진호 기자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서울 왕십리 이마트의 장난감 코너. 정진호 기자

가정의 달 물가 부담을 타고 알리‧테무 이용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어린이날 대표 선물인 장난감 가격 부담도 커지면서 중국의 온라인쇼핑몰에서 싸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1분기 중국으로부터의 직접구매(직구)액은 9384억원으로, 1년 새 53.9% 늘었다. 전체 직구액(1조6476억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역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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