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금지된 말 어딘가에 진실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거슬리는 말, 불온한 생각, 위험한 글. 권력자는 늘 듣기 좋은 말만 울려 퍼지길 원하나, 그가 듣기 싫어하는 바로 그런 말에 진실의 파편이 있다.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선거 결과가 참혹한 것은 듣기 싫은 말도 들으라는 뜻인데, 여전히 세상이 자신의 선의를 몰라줄 뿐이라고 믿는다면 듣기 좋은 말에 취해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혼자 잃어버리면 그만인데 나라 살림이 같이 길을 잃으면 어쩌나. 귀에 달콤한 말만 속삭이는 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요량일까.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좋은 말만 듣고 싶은 것은 물론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권력자에게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 책임과 좋은 말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질 따름이다. 그래서 권력자는 종종 둘 중 후자를 선택해 듣기 싫은 말을 금지한다. 김유태의 『나쁜 책』(2024)은 그렇게 금지당한 책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금서가 된 책 30권을 탐구한다. 금서는 거슬리고, 불온하며, 위험하다. 평온해보이는 세상에 균열을 내고 권력의 활동에 태클을 건다. 일본의 731 부대를 다룬 켄 리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일본 출간본에서 제외되었고, 흑인 슬럼가에서 성폭행과 가정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은 그 구체적인 묘사 때문에 도서관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금의 세상에 만족하는 사람에게 금서는 쓸데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범인이나 굳이 금기를 건드리는 분탕 종자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와 인터뷰를 한 작가 옌롄커는 말한다. “문학은 현실의 문제를 느끼고 이를 바꾸려는 시도이자 노력이다. 내가 쓰려는 문학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책이 도끼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도끼가 된 책, 너무 도끼가 되어 거부 당한 어떤 책은 우리가 거부하는 진실을 슬며시 드러낸다. 그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퍼런 진실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