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말라"가 "사라"로 들린다…테슬라 주가 급등할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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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투자자에 다시 꿈 준 콘퍼런스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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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자율주행이 아닌 휘발유차(gasoline cars)를 타는 건 최신폰을 쓰면서 말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다.”  시장이 다시 한 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설득 당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1분기 동안 40% 넘게 빠지더니 하루 만에 12% 치솟았지요. 머스크가 직접 나선 콘퍼런스콜이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되살리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을 설득한 건 단순히 그의 ‘말’뿐만은 아니었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테슬라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중요한 숫자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숫자들이 코너로 몰리고 있던 테슬라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있는 걸까요?

머니랩이 4~5월 미국 현지 실적 콘퍼런스콜을 분석하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강영수 KCGI 자산운용 본부장, 고태훈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본부장, 김강일 KB자산운용 이사 등 3명의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 글로벌펀드 운용 수장들이 함께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실적발표에서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숫자에 주목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완전자율주행(FSD·Full-Self Driving) 데이터, 역대 최대를 기록한 서비스 매출 비중, 인공지능(AI) 투자 금액 등이다. 구체적으로 공개된 보급형 전기차 ‘모델2’와 ‘사이버캡(로보택시)’의 진행상황도 투자자라면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 할 정보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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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13억 달러(약 29조3100억원), 순이익은 11억2900만 달러(약 1조5500억원)였다. 이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에 머물렀다. 월가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였다.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실적이 발표되자 12% 급등했다.

"플래폼 기업으로 가는 보릿고개"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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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6%였다. 실적 부진은 이미 예상한 결과였다. 하지만 콘콜(콘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가 직접 의혹을 모두 해소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게 저가 전기차 모델2 생산 포기 루머다. 머스크는 오히려 모델2 출시 시기를 2025년 하반기에서 2024년 말~2025년 초로 앞당기며 반박에 나섰다.

머스크는 차세대차량 호출기능(ride-hailing functionality)을 이미지로 공개했다.

머스크는 차세대차량 호출기능(ride-hailing functionality)을 이미지로 공개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성장 서사(narrative, 敍事)도 되살렸다. 그는 ‘사이버캡’이라는 차세대 로보택시 이름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테슬라 차량 호출 기능(ride-hailing functionality)도 이미지로 구현해 보여줬다. 미래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어떤 방식일지 엿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미래에는 자율주행이 아닌 휘발유 자동차는 최신폰을 쓰면서 말을 타는 것과 같을 겁니다.” 이 역시 인상 깊은 멘트였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최근 토요타의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전기차 침투율은 절대 40%를 넘길 수 없다”는 말에 대한 반론이자 테슬라의 사명과 직결되는 코멘트를 그답게 전달했다.

자동차 사업 부문은 13% 역성장했지만 에너지 부문은 7% 성장했고, 자율주행 등을 포괄하는 서비스 및 기타 부문은 25%나 성장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서비스 매출 비중이 10.7%로 역대 최고치까지 커졌다. 2016년 애플이 서비스 매출 비중을 10%에서 20%까지 끌어올리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하에서 20배까지 올랐다는 걸 떠올릴 필요가 있다. 테슬라도 하드웨어 판매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면 주가가 재평가 받을 수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완전자율주행(FSD) 마일리지가 누적 13억 마일을 넘겼다는 수치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분기에 8억 마일이었는데, 분기마다 2배씩 늘고 있다. FSD 마일리지란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리는 테슬라로부터 얻는 주행데이터를 말한다. 현재 테슬라 100만 대가 매일 주행데이터를 모으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기업은 엄두를 못 낼 정도의 속도와 양이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머스크가 예전에 “데이터가 80억 마일을 돌파하면 규제기관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속도라면 ‘80억’ 기준도 1~2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투자하지 말아라.” 일론 머스크가 콘콜에서 한 이 말이 결국 정답이다. 지금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자율주행 플랫폼·서비스 기업으로 가는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가시적인 숫자나 매출이 없으면 시장과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결정하는 이익추정치에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주가가 떨어졌던 지난 4개월 동안엔 테슬라가 새롭게 보여준 게 없어 시장의 불안은 더 컸다. 그런데 이번 실적 발표에서 제대로 된 숫자와 계획들이 나왔다. 완전자율주행이 좀 더 가시화한다면 이 부문의 이익이 주가 평가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상승 여력이 커진다.

"주목 받지 못한 AI 선도 기업"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1분기 테슬라의 순현금흐름이 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 주식들은 AI 수혜를 받아 올해 주가가 계속 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AI 투자가 보여주듯 테슬라 역시 AI 선도기업 중 하나라고 본다. 최근 챗GPT나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이 벌써 훈련용 데이터 부족에 시달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테슬라는 현재 달리고 있는 차량을 통해 현실세계 데이터를 엄청나게 모으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의 10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의 로봇 개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연내 제한적이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을 실제 작업에 투입하고, 내년 말엔 외부 판매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FSD와 로봇 등 AI 부문은 향후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주목해야 하는 건 이연매출 증가세다. 이연매출은 고객이 비용을 지불했으나 테슬라가 아직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지 않아 부채로 잡혀 있는 매출이다. 2023년 말 이연매출은 61억 달러로 매출액 대비 24.3%나 된다. 이 중 FSD 관련 이연매출이 35억 달러로, 전체 이연매출의 약 50%다. 테슬라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숫자이자 향후 FSD가 활성화되기만 하면 매출에 폭발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우울할 때는 ‘전기차 회사’라는 테슬라의 현재를 보고, 환희에 차 있을 때는 ‘자율주행과 AI 회사’라는 미래를 말한다. 금리가 높고 미국의 소비가 꺾이는 지금 상황에선 시장이 전기차 회사로서의 인도량과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콘콜에서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 프레임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성공한 모습이다.

"2025년까지는 본업도 중요"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테슬라의 미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적다. 하지만 일단 자동차를 팔아야 미래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 시장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모델2) 개발 소식에 환호한 이유다.

결국 로보택시가 본격적으로 나올 2025년까지는 본업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 모델2의 진행상황을 자주 업데이트해줘야 주가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샤오미 등 중국 저가 전기차 모델의 공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다음 인도량 발표 예정일은 7월 초다.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 하락한 38만 대 정도가 팔렸다. 2분기 인도량이 어느 정도로 버텨줄지 지켜봐야 한다. 한동안 테슬라 주가는 전기차 회사냐, 인공지능 회사냐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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