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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부활했나"…17개월만 하루 2번 기자질문 받은 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전에 보고 또 봅니다.”

22일 오후 3시 30분경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소개하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내려온 윤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윤 대통령이 “또 본다”고 한 건 5시간 전인 오전 10시 30분경 브리핑룸에 내려와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한 것도 윤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발표하며 기자들과 즉석 질의응답을 했다. 먼저 윤 대통령이 “질문 있으세요?”“궁금한 거 없으시죠?”라고 말하면 기자들이 묻는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이 정 실장을 발표할 때엔 국정 운영의 구체적 변화 계획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의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각 질문에 2분 가까이 답하며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살펴가겠다”“듣기 위해 이 대표를 초청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홍 수석 발표 때 나온 “비서실장에 이어 정무수석을 발표한 이유와 후임 총리 지명은 언제쯤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후임 총리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재명 대표를 용산에 초청했기 때문이 그와 관련해 여러 얘기를 주고받아야 한다”며 “제가 볼 때는 정무수석은 빨리 임명해서 신임 수석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그와 관련해’ 부분은 영수회담 준비 절차를 가리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브리핑룸에선 민감한 현안 관련 질문이 쏟아졌고, 윤 대통령은 언론에 가감없는 생각을 전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2022년 11월 이후 중단된 “도어스테핑의 기억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등 현안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등 현안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이날 두 번 브리핑룸에 내려온 것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것도 예고에는 없던 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언론의 공개 질문을 받은 건 도어스테핑 중단 뒤 1년 5개월 만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인선 발표와 관련해 참모진에게 “직접 내려가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브리핑룸에 자주 내려가겠다. 기자들과도 수시로 만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소개할 때도 소통과 설득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인선의 방점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일보 기자로 시작해 5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정 실장의 이력을 설명하며 “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고 정책 추진을 위해 여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진석 부의장님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수석에 대해선 “당에 많은 분 얘기 들어보니 소통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향후 “야당의 주장 중 전향적으로 수용할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야 정당, 언론, 우리 시민사회와 더 많이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2년간 세워 놓은 걸 국민과 소통해 고칠 건 고치고, 정치권과 대화해 현실화할 수 있는 것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브리핑룸에서 참모들의 인선을 밝힌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후 처음이다. 정부 출범 뒤엔 주로 비서실장과 홍보수석이 인선 발표를 했다. 지난해 12월 이관섭 전 비서실장 임명을 전한 것도 당시 사의를 표명했던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 및 장관 인선을 직접 발표하며 언론의 질문도 받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공개할 때는 약 1시간가량 브리핑까지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소통 강화를 청와대 이전의 이유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질의응답을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간담회 혹은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언론사 간부 간의 소통 자리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용산 참모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정해진 건 없지만 도어스태핑 재개도 배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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