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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사와도 때린 계모…잔혹학대 읊던 판사는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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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었으며 설령 그런 사정이 있더라도 아동들을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때리고, 6개월간 음식을 주지 않으며 폭력을 행사하고 협박하기도 하는 등의 행동은 절대 훈육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들은 피해 아동들을 잠을 재우지 않고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형이 동생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목을 졸랐다”

경기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18일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A 씨에게 징역 4년을, 친부 B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친부는 법정에서 구속됐다.

또 이들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김 판사는 이들의 학대 행각을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울먹이기도 했다.

계모 A 씨는 지난 2021년 5월~2022년 12월까지 초등학생 형제 CㆍD 군을 23차례에 걸쳐 신체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다. 친부 B 씨는 이 같은 학대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A 씨와 함께 자녀들을 때린 혐의다.

A 씨는 첫째인 C 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렸다.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는 이유였다. 술에 취해 D 군을 침대에 눕혀 코피가 나도록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지난 2022년 크리스마스이브 날에는 형제들을 집에서 내쫓기도 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미성년인 아동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훈육을 빙자한 과도한 신체적 학대를 했다”며 “자신의 폭력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체험학습을 빙자로 등교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등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 나이의 형제가 오히려 그 부모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피해 아동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무자비한 폭력과 정서 학대를 했다”며 “그런데도 피해 아동들의 문제 행동으로 체벌이 시작됐다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진술 태도를 비추어보건데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A 씨는 생활의 어려움을 남편과 헤쳐 나가려 하지 않고 어린 피해 아동 탓으로 돌리며 학대로 그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친부 B 씨에 대해서도 “장기간 학대를 방관하거나 같이 행사했고, 또 단독으로 폭력하기도 했다”며 “아동들의 양육 책임을 노모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여 개전의 정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피해 아동이 아버지의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에 대해선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는 양가감정이거나 다른 친척의 종용일 수 있어서 유리한 양형 요소로 비중 있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지난달 14일 열린 공판에선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며 이들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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