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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도약! 강원특별자치도] 최대 1억 교육 경비 지원…‘농촌 유학 일번지’로 거듭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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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2020년부터 ‘농촌 유학’ 자체 시행
유입된 학생·학부모 123명에 달해

원어민 교사 일대일 맞춤 수업 등
‘영월형 농촌 유학 모델’ 구축 집중

영월군에선 현재 서울·경기·인천 지역 초·중학생 44명이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은 김삿갓면 옥동초등학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최지혜씨, 박해민 어린이와 나시온 어린이, 학부모 나승권씨(왼쪽부터). [사진 영월군]

영월군에선 현재 서울·경기·인천 지역 초·중학생 44명이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은 김삿갓면 옥동초등학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최지혜씨, 박해민 어린이와 나시온 어린이, 학부모 나승권씨(왼쪽부터). [사진 영월군]

도시 학생이 시골로 유학을 간다. 앞뒤가 바뀐 말 같지만, 실제 최근 시골 학교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학업에 지친 도시 아이들은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며 생기를 되찾았고, 시골 학교 아이들은 친구가 늘어 덩달아 신이 났다. 조용했던 마을도 모처럼 북적인다. 폐교 위기는 일순간 새로운 기회가 됐다. 농촌 유학이 불러온 새바람이다.

‘강원농어촌유학’이 인구 감소 극복 열쇠

영월군은 강원도 내 농촌 유학 일번지로 꼽힌다. 지난해 2학기 18명의 서울 어린이가 영월 녹전초등학교와 옥동초등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데, 대다수가 다음 학기 연장을 결정했을 뿐 아니라 지역 정착으로까지 이어졌다. 폐교 위기 학교를 살리고자 영월군이 2020년부터 자체 시행한 농촌 유학 프로그램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 성과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농촌 유학을 통해 유입된 학생과 학부모는 123명에 달한다. ‘강원농어촌유학’이 시골 인구 감소 극복의 열쇠가 된 셈이다.

강원농어촌유학은 도시 학생이 강원도 내 학교로 한두 학기 동안 전학해 생활하는 도농 교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영월군·인제군·춘천시·홍천군·횡성군 5개 지자체 1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도시 학생은 자연 친화적 환경 속에서 특성화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학생 수가 늘어난 시골 학교는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학부모도 함께 이주해 넓게는 인구 감소로 고민인 지자체까지 힘을 받는다.

옥동초에서 2학년 딸아이의 한 학기를 지켜본 최지혜씨는 아이가 정말 아이답게 생활하게 된 건 물론이고 건강까지 좋아졌다며 이를 ‘영월의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점이 먼 대신 자연에서 장난감을 만들어 놀게 됐고, 학원이 없는 대신 학교에서 더 다양한 기회를 만난다”며 “무엇보다 아이의 즐거움이 다양해졌고 덩달아 부모도 행복해졌다는 게 농촌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이들의 농촌 유학을 계기로 영월살이를 경험한 주혜선씨는 “여름 내내 학교가 끝나면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고 예쁜 꽃과 자연 속에서 노는 호사를 누렸다”며 “무엇보다 두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 자신을 돌보는 힘까지 얻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영월군은 올해 농촌 유학 활성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농촌 유학에 참여하는 학교에 최대 1억원까지 교육 경비를 지원하며, 읍·면별 농촌 유학 추진협의체를 별도 구성했다. 도에서 지원하는 두 학기 기한을 넘어 군에서 자체적으로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최대 9년간 가구당 월 40만원씩 체류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와 마을도 ‘영월형 농촌 유학 모델’ 구축에 나선다. 학교에는 원어민 교사의 일대일 맞춤 영어 수업과 문해력 향상을 위한 독서 교육, 각종 예체능 수업에 농촌 체험까지 다채로운 특화 교육 과정이 마련됐다. 또한 마을에선 체험관, 마을회관, 펜션, 빈집 등을 개보수해 유학 온 학생과 학부모가 머물 주거 공간을 꾸렸다. 지역아동센터가 방과 후 돌봄을 책임졌고, 학부모들의 교류와 정착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속속 준비됐다.

강원도 내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

올해 영월군은 2020년부터 농촌 유학을 자체 운영한 신천초등학교와 지난해 도 교육청 협약을 통해 농촌 유학을 운영한 녹전초·옥동초와 더불어 마차초등학교·무릉초등학교·녹전중학교를 더해 총 6개 학교에서 유학생을 받았다. 현재 영월군에서 농촌 유학에 참여 중인 수도권 학생은 총 44명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강원도 내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을 유치했다.

영월의 6개 농촌 유학 운영 학교는 저마다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소규모로 집중된 교육 과정을 비롯해 농촌 마을과 연계한, 도시에선 접하기 힘든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이 높다.

녹전초는 문해력 향상을 위한 독서 교육과 생태·환경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 신천초와 옥동초는 영어 교육에 힘을 줬다. 원어민 교사 수업을 심화하고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히는 ‘영어 놀이 학교’를 운영한다. 예체능 분야의 특성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신천초는 승마, 마차초는 스키와 인라인, 무릉초는 회화와 서예에 1인 1기 스포츠 프로그램을 더했다. 녹전중 학생들은 골프를 배우고 악기를 익혀 밴드 활동을 펼친다. 최성원 녹전초 교무부장은 “유학생들은 소수 정예로 진행되는 특화 교육 과정과 학교 밖 마을 체험에 참여하며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며 “군 지원으로 더욱 풍성한 교육 환경이 구축됐고 기존 재학생과 유학생, 학부모 간 교류 활동도 마련해 구성원 전체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월군 김삿갓면 예밀포도마을에 마련된 유학생 가족 거주 시설의 모습.

영월군 김삿갓면 예밀포도마을에 마련된 유학생 가족 거주 시설의 모습.

영월군은 현재 김삿갓면·무릉도원면·북면·산솔면 등 4개 면에 총 27가구의 농촌 유학 가정 거주 시설을 마련했다. 마을회관과 펜션 등을 개보수해 가족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꾸렸고, 각 마을회를 비롯해 개인까지 농촌 유학 추진협의체에 참여해 시설 운영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영월군 관계자는 “군청과 학교, 각 마을이 합심해 유학생과 학부모의 안정적 영월 생활과 정착을 돕고 있다”며 “도는 물론이고 전국을 대표하는 성공적 농촌 유학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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