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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이영준 극장골…황선홍호 파리 첫 관문 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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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황선홍호가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으로 향하는 첫 관문에 서 아랍에미리트를 꺾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황선홍호가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으로 향하는 첫 관문에 서 아랍에미리트를 꺾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파리올림픽으로 가는 첫 관문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황선홍(56)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이영준(21·김천 상무)의 ‘극장 골’에 힘입어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꺾었다.

승점 3을 챙긴 한국은 중국을 1-0으로 꺾은 일본(승점 3)과 함께 조 공동 1위에 올랐다. 황선홍호는 UAE·중국·일본과 함께 ‘죽음의 B조’에 편성됐다. 조 1, 2위만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한다. 아시아에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 3.5장이 배정됐다. 3위까지 파리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2023 U-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4위인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벌여 올림픽에 막차로 진출할 팀을 가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이 이번 대회 3위 안에 들어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할 경우 10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신기록을 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은 이어지는 한·중전, 한·일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한국은 19일 오후 10시 중국과 2차전, 22일 오후 10시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전역을 앞둔 병장 이영준은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린 뒤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전역을 앞둔 병장 이영준은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린 뒤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이날 경기 시작과 동시에 주도권을 쥐고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UAE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후반전에도 비슷한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황선홍호는 후반 48분까지 15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한 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은 2003년생 장신 스트라이커(1m90㎝) 이영준이 깼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9분 극적인 ‘결승 골’을 터뜨렸다. 이태석(22·FC서울)이 올린 코너킥을 이영준이 뛰어올라 날카로운 헤딩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기도 했다. 이영준(후반 1분)도, 이태석(후반 32분)도 모두 황 감독이 후반에 투입한 교체 카드였다. 이영준은 공중볼 경합 6차례에서 모두 공을 따내 100%의 성공률을 기록한 데 이어 골까지 터뜨리며 황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영준은 득점 후 관중석을 향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지난해 1월 김천 상무에 입대한 그는 전역을 앞둔 병장이다. 이영준은 “내가 혼자 넣은 골이 아니다. 팀워크로 만든 골이라 기쁘다. 아름다운 크로스를 올려준 (이)태석이 형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영준은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은 스트라이커다. 2021시즌을 앞두고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에 준프로 계약으로 입단한 그는 같은 시즌 5라운드에서 만 17세 9개월 22일의 나이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K리그1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이다.

이영준은 또 2023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에서도 2골을 터뜨려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4강까지 올랐다. 이영준은 큰 키를 이용한 고공 플레이도 뛰어나고 발 기술도 좋은 편이다. 2010년대 한국의 대표 장신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김신욱(1m98㎝)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이날 힘겹게 승리를 거뒀지만, 숙제도 떠안았다. 이날 한국은 공 점유율에서 73%-27%, 슈팅 수 16-3 등 각종 지표에서 UAE를 압도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경기 막판까지 고전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공격 패턴을 마련하고,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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