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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10년인 듯 하루인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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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50명이 쓴 한 권의 책이 있다. 50명이 하나의 일에 대해 쓴 한 권의 책이 있다. 50명이 10년 동안 기억한 하나의 일에 대해 쓴 한 권의 책이 있다. 『월간 십육일』(2024)이다. 2020년 6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매달 16일에 연재되었고 연재될 글이 실려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일. 잊어서도 안 될 일. 2014년 4월 16일, 우리가 같은 기억을 갖게 된 바로 그날의 일에 대해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강혜빈 작가는 물에 대한 두려움과 영화 ‘문라이트’에 대해 썼다. 황인찬 시인은 노란 리본을 단 친구에 대해 썼다. 김소영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개나리에 대해 썼다. 나는 내가 산 코스터에 대해 썼고, 임진아 작가와 나희덕 작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신의 직접적인 기억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2022년 후반기의 글 세 편에는 공통적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마음의 결은 같다. 슬픔, 안타까움,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는 의지, 애도와 다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부채감.

그저 사고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큰 사고가 벌어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억하는 것이 응당하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유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보라 작가의 글을 빌리면 “남의 일이란, 예를 들면 남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는 그런 게 남의 일이다. ‘전원 구조’했다고 거짓말하더니 이후 며칠 동안 수백 명이 물지옥에 갇힌 채 죽어가는 모습을 전 국민에게 생중계하는 걸 내 눈으로 목도했으면 그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10년이 흘렀는데 언제까지 슬퍼할 셈이냐고 묻는다면, 책 속에서 김복희 작가가 인용한 윤동주의 ‘팔복’의 마지막 구절을 가져와야겠다.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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