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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생산성·소비 증대 효과 미미, 주가 거품 꺼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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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AI 혁명, IT 혁명 재연인가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이를 ‘신경제’라 부르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인공지능(AI) 혁명이 IT 혁명 못지않게 생산성을 증가시키면서 미국 경제에 또 다른 신경제가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주가는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생산성 향상 통계가 나오지 않으면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다.

미국 120개월 경기 확장, IT 혁명 덕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조직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1991년 3월에서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경기 확장 국면을 보였다. NBER이 1857년부터 기준순환일(구체적으로 경기 정점과 저점이 발생한 월)을 발표했는데, 1991년 이전까지 평균 확장 국면이 35개월이었다.

미, IT 혁명에 ‘골디락스 경제’
고성장·저물가 동시 달성해

생산성 비해 주가 과대평가 땐
증시에 거품 끼며 시장 붕괴

가계 저수요, 기업의 많은 빚
‘AI 파티’ 즐기기에 신중해야

1990년대 미국 경기 확장 국면이 가장 길게 진행됐던 이유를 IT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IT 혁명은 컴퓨터 기술 발전 중심으로 이뤄졌다. 초기 컴퓨터는 고가의 대규모 장비로 소수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으로 다수가 저렴한 비용으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가 인터넷의 등장은 컴퓨터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초래해 사회 각 분야에서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IT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의 노동생산성을 대폭 증가시켰다. 1980~90년에 평균 1.5% 증가했던 비농업 부문 생산성이 1991~2000년 사이에는 2.2% 증가했다. 특히 1996~2000년에는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9%로 1980년대보다 거의 2배 정도 증가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생산성 향상은 같은 상품을 같은 가격에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 중심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미국 경제의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게 됐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낮아졌다. 1980~1995년 2.9%였던 분기 평균 경제 성장률이 1996~2000년에 4.3%로 대폭 높아졌다. 그러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4.2%에서 1.7%로 낮아졌다. IT 혁명으로 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한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신경제’  혹은 ‘골디락스 경제’라 불렀다.

‘신경제’ 흐름에 나스닥 4.5배 급등

이런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수요 측면에서 가계의 소비 증가가 경기 확장 기간의 연장에 기여했다. 1995년에 6.9%였던 가계 저축률은 2000년에 4.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가처분 소득에서 가계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3%에서 98.3%로 늘었다. 가계가 저축을 줄이고 돈을 빌려서까지 소비 지출을 늘렸던 것이었다. 수요의 또 다른 요인인 기업 투자도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 부채 비중이 1995년 80.4%에서 2000년에는 87.3%로 늘 정도로 기업도 빚을 내 투자했다.

IT 혁명으로 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신경제를 보이자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이 1995년 말 671.48에서 2000년 4월 말에는 1516.34로 2.5배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신경제를 상징하는 나스닥 지수는 1995년 말에서 2000년 2월까지 4.5배나 급등했다. 주식 시장에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생산성 지수를 고려해서 S&P500을 평가해보면 2000년 1분기에는 S&P500이 66% 정도 과대평가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2000년 들어 주식 시장의 거품이 붕괴했다. 2000년 2월 말 4696.69였던 나스닥 지수가 2002년 9월 말에는 1172.06까지 급락했다. 그 후 미국 경제에서 생산성 둔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2001~2007년 비농업 부문 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2.6%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은 2.5%로 낮아졌고 물가 상승률은 2.3%로 높아졌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로는 생산성 둔화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8~2023년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5%로 1995년 이전으로 회귀했다. 생산성 저하로 같은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1.9%로 대폭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2.1%로 높아졌다.

AI 혁명, 일의 효율성 증대할 것

AI가 혁명이라 할 만큼 경제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AI 혁명이란 한마디로 ‘성능이 더 좋은 컴퓨터에 AI를 결합해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것’이라 할 수 있다. AI는 IT를 기반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 방식을 변경시키고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이미 제조업에서는 생산 공정을 자동화했고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AI로 로봇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 빨리 진전될 것이다. 공장에서 아예 사람을 볼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앞으로 AI의 적용 분야는 더 늘어날 것이다. 자동차에 AI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이다. AI가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로봇 어드바이저를 만들어 펀드매니저를 대체할 것이다. AI가 사무 자동화를 통해 우리가 하는 각종 일을 대신할 것이다. AI가 의학 빅데이터와 함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를 생성할 것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최고 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앞으로 2~3년 안에 AI가 디자인한 약을 병원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0년에서 앞으로 몇 달 정도로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AI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심지어 전쟁 무기의 지능화와 고도화로 과거와는 다른 전쟁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AI 혁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총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 미국 경제는 1990년대 후반의 IT 혁명 때처럼 고성장과 저물가로 특징지어지는 신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2020년 4월을 저점으로 2024년 4월까지 48개월 경기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증가하면 확장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발표될 생산성 통계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S&P500, 생산성 53% 과대평가

그러나 아직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통계를 접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과거 평균보다도 낮은 1.4%에 그쳤다. 특히 2023년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은 0.5%로 1996~2000년 평균(4.4%)을 크게 밑돌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를 낙관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2022년과 2023년 가계 저축률이 각각 3.3%와 4.5%로 장기 평균(1990~2021년 6.3%)보다 낮았다. 올해 1~2월 저축률도 3.9%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 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로 낮지 않다. 2000년 IT 거품이 붕괴할 때 이 비중은 98.3%였다. 2019~22년 소비의 핵심인 중간 가구의 실질 소득이 줄었다.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의 금융 회사 대출액과 채권 발행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48.8%로 2000년 IT 거품 붕괴 때(46.2%)보다 더 높다.

주가는 AI 혁명에 대한 기대로 이미 거품 영역에 들어섰다. S&P500을 노동 생산성 지수로 회귀 분석하면 지난해 말 주가지수가 생산성보다 53% 정도 과대평가되어 있다. IT 혁명이 한창이었던 1998년 2분기에는 81% 과대 평가된 적도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된 것은 사실에 가깝다.

앞으로 주식 시장의 기대처럼 생산성이 향상되면 주가의 거품 상태는 더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 통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파티’는 즐겨야 한다. 그러나 생산성 통계를 지켜보면서 출구 근처에서 파티를 즐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