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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화성 이주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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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스페이스X를 이끄는 세계 제일 갑부 일론 머스크의 며칠 전 연설에서 그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정말 2029년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2050년까지 100만명을 이주시킬 수 있을까. 물론 믿기 힘들다. 하지만 화성을 인류의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무모한 망상이라고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는 그동안 세웠던 목표들을 대부분 달성했다. 재사용 발사체를 이용해 로켓 발사하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고, 200t의 화물과 100여명의 탑승객을 운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우주선 ‘스타십’이 세 번째 시행에서 우주 진입에 성공했다. 우리는 ‘모국’인 지구를 버리고 그 열악한 환경의 화성으로 과연 누가 자원해 갈 것인가에 궁금해한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은 항시 인류에게 엄청나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식민지 개척의 개념은 그 원천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의 경우 벌써 기원전 3000년경 가나안 지역으로 이주했다. BC 1000년경 페니키아 문명이 아프리카 북해안과 스페인 남단으로 널리 퍼졌고, 바로 이어서 고대 그리스의 대규모 식민지 개척 사업이 300년 사이에 지중해와 흑해를 둘러싼 지역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이 중 잘 알려진 지역은 바로 마그나 그라키아(Magna Graecia)라 불리는 이탈리아 남단과 시실리다. 아테네 못지않게 피타고라스나 아르키메데스 같은 유명한 인물들을 배출하고 활기찬 문화와 지적 배경을 자랑했다. 가문의 땅을 물려받는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도시국가의 사람들은 배를 타고 식민지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수많은 이들이 익사했다. 미지를 탐험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아니고서는 그 많은 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며 가족과 모국을 떠났을까.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