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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자체 개발 CPU 내놓은 구글…‘하드웨어’에 꽂힌 클라우드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빠졌다. 반도체 회사도 아니면서 인공지능(AI) 칩에, 중앙처리장치(CPU)까지 만들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가 자체 제작한 CPU(중앙처리장치) '액시온'. 사진 구글 클라우드

구글 클라우드가 자체 제작한 CPU(중앙처리장치) '액시온'. 사진 구글 클라우드

무슨 일이야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서 열린 연례 기술 컨퍼런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4’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AI 칩 투자 관련 질문에 “우리 고유의 칩을 디자인하면서 AMD, 인텔의 칩도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딱 하나만이 정답은 아니고, 고객이 가장 좋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 김남영 기자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 김남영 기자

구글 클라우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데이터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 ‘액시온’(Axion)을 공개했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구글이 자체 개발한 CPU다. 구글에 따르면 액시온은 현재 주류 CPU인 인텔의 ‘x86’ 기반 CPU보다 성능은 50%, 에너지 효율은 60% 향상됐다. 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의 새로운 버전인 ‘v5p’도 정식 출시했다. 제미나이를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v5p는 기존 TPU보다 빠르게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 시킬 수 있는 최신 칩이다.

구글 클라우드가 공개한 새로운 TPU(텐서처리장치)인 'TPU v5p'. 사진 구글 클라우드

구글 클라우드가 공개한 새로운 TPU(텐서처리장치)인 'TPU v5p'. 사진 구글 클라우드

이게 왜 중요해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구글까지 CPU 생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3사가 모두 자체 개발한 AI 칩과 CPU를 갖게 됐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추론용 칩인 ‘인퍼런시아’, AI 훈련용 칩인 ‘트레이니움’을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출시했다. 2018년에는 CPU ‘그래비톤’을 공개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해 자체 제작한 AI 칩 ‘마이아’와 CPU ‘코발트’를 내놨다.

클라우드 기업들이 하드웨어 개발에 몰두하는 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AI 칩 등 하드웨어를 독점한 기업들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시도다. 데이터센터용 하드웨어 시장에는 CPU 분야에서 압도적인 인텔과 대표적인 AI 칩 GPU(그래픽처리장치)의 ‘황제’ 엔비디아가 있다. 특히 AI 칩은 최근 AI 붐에 따라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하드웨어를 갖게 되면 이러한 공급망 문제와 공급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내부적인 장점도 크다. 자체 개발을 하게 되면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이의 호환성을 높일 수도 있다. 쿠리안 CEO의 말대로 다양한 서비스에 걸맞은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갈 수 있다.

한국은 어때

네이버도 삼성전자, 인텔과 손잡고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삼성전자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칩 ‘마하1’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텔과는 인텔의 AI 칩 ‘가우디’(Gaudi)를 기반으로 국내 학계 및 스타트업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AI 칩 구매 부담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대학의 연구 환경이 매우 열악해진 상황이라 AI 연구 활성화, AI 칩 생태계 다양성 강화를 위해 인텔에 공동 연구 방식을 제안했다. 연구를 주도해 나가면서 네이버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중심의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자체 공급망을 갖춰 나가려는 클라우드 기업들의 하드웨어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WS의 경우 2018년 그래비톤을 공개한 이후 그래비톤4까지 고도화 했다. 구글도 2016년 TPU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반대로 엔비디아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독립하려는 클라우드 기업들을 잡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