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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전쟁' 판도 바꾼다, 전세계가 뛰어든 AI 전투기 개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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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07면

6세대 전투기 경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무기체계 개발이 각국에서 줄을 이으면서 본격적인 AI 군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AI 무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AI를 장착하거나 활용한 6세대 AI 전투기와 전투시스템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6세대 AI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세대 제트기, 2세대 초음속기, 3세대 레이더·미사일 무장기, 4세대 다목적기, 5세대 스텔스기 시대를 거친 전투기는 이제 AI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최첨단 무기로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 관련 정치·과학 칼럼니스트인 이언 브래머는 이를 ‘AI 냉전’이라고 부른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AI 기술이 전쟁의 새로운 진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은 AI 군비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AI를 활용한 신개념 6세대 전투기의 전력을 살펴보면 오싹할 정도다. 우선 딥러닝을 통해 전투 경험을 풍부하게 축적하고 지휘·통제·통신·정보(C3I) 능력까지 갖춘 AI를 장착해 공격성과 생존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 노련한 인간 조종사를 눌렀다는 보도가 줄이어 나오는 이유다. AI를 활용하면 조종사가 직접 전투기를 모는 유인 조종과 먼 기지에서 통제하는 원격 조종에서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자율 조종까지 가능하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뭄티)’까지 가동해 동행한 드론이나 드론 편대를 함께 기동하면서 공중과 지상의 적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다른 전투기나 드론 등과의 상호운용 능력까지 갖춰 정보 수집과 전투 시너지를 극대화한 것이다.

지상 기지나 협력 드론, 기체의 각종 센서가 제공하는 정보는 전투기의 AI가 분석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기체의 관측 시스템은 기체의 전후좌우 360도는 물론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각·신호 정보를 동시에 파악해 조종사의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를 통해 전달한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곧바로 공격이나 기동을 결정하는 ‘데이터 투 디시전(D2D)’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시계 외 사정(BVR·Beyond-visual-range) 미사일을 장착해 장거리 공격 능력을 높이고, 지향성 에너지(레이저) 무기로 근접방어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공중전 중심에서 벗어나 우주전·사이버전을 수행하고 적의 방공망을 비롯한 고난도의 지상 목표물을 은밀하고도 정밀하게 무력화시킨다.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전투기의 ‘용감한 신세계’를 여는 것이다.

AI를 앞세운 6세대 전투기 개발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공군과 해군이 각각  개발에 나서 경쟁하고 있다. 미 해군은 기존 함재기로 운용하는 F/A-18 수퍼호넷을 대체할 6세대 인공지능 스텔스 유인 전투기를 개발하는 F/A-XX 프로그램의 가동을 2012년 시작했다. 미 공군은 기존의 F-22 랩터 스텔스기를 대체하고 제공권과 공중 전력 우위를 계속 확보하기 위한 차세대공중지배(NGAD) 프로젝트를 2014년 시작하면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 국방부의 첨단무기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개발한 기술을 그해에 이전받으면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될 6세대 유인 전투기는 MUM-T를 통해 협력전투기(CCA)나 로열 윙맨(Loyal Wingman) 같은 무인기와 협력해 작전을 펼치게 된다. 로열 윙맨은 AI에 통합된 무인전투기(UCAV)로 차세대 유인 전투기·폭격기와 합동작전을 펼친다. 대부분 소모품으로 활용되는 재래식 무인기와 달리 공중전 생존성이 일정 부분 확보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가격·성능이 유인기와 무인기의 중간 수준이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손잡고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을 가동하고 있다. 영국의 BAE,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체가 참여한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기존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일본은 F-2를 각각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1980년대에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압력으로 F-16을 기반으로 하는 F-2를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1995년 공동 개발해 2000년부터 자위대에 배치했다. 이번에 영국·이탈리아와 손잡은 것은 6세대 전투기에선 미국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기술과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프랑스·독일·스페인도 3국 합작으로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2027년까지 6세대 전투기 시제기를 만들고 2045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기존 라팔을, 독일은 타이푼을, 스페인은 EF-18 호넷을 대체할 예정이다.

첨단무기 강국인 러시아도 질세라 ‘스텔스 요격기’라는 개념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코얀 PAK DP(원거리 요격 미래항공복합체)’ 프로그램을 가동해 2025년 시험비행을 하고 2028년부터 운용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1981년 도입한 초음속 요격기 미그-31을 이를 통해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첨단 반도체 개발·공급 능력과 AI 기술 수준,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투기 개발이 요구 제원에 맞춰 일정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중국도 빠지지 않는다. 중국은 2011년 5세대 전투기인 청두(成都) J-20(殲-20)의 시험비행에 성공하고 2017년 이를 실전 배치했다. 2012년에는 미국의 F-35와 겉모습이 비슷한 5세대 전투기 선양(瀋陽) J-31(殲-31)의 시험비행에 나섰다. 서방에서 전망했던 것보다 5년 정도 앞선 개발이다. 이에 고무됐는지 중국은 J-20을 개발한 청두항공공업공사에서 2019년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사전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는 베이징의 중국항공공업집단에서 6세대 전투기의 개념도를 공개했다.

중국과 여러 면에서 경쟁하는 인도는 국영 힌두스탄항공기(HAL)에서 2028년을 목표로 5세대 전투기인 고등중형전투기(AMCA)를 개발 중이다. 인도 당국은 AMCA에 AI를 탑재해 5.5세대, 또는 6세대로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은 KF-21의 개량과 6세대 전투기 신규 개발 프로젝트(KF-XX)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상공은 이처럼 6세대 전투기들의 주요 개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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