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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대박? 판교의 절규…5대장 ‘평균 연봉 1억’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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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네·카·넷·크·엔, 사업보고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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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IT·게임기업 다니면 연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2021년 거세게 몰아쳤던 ‘개발자 연봉 도미노 인상’ 바람은 ‘판교밸리’ 평균급여 1억원 시대를 열었는데, 실적·성장세 주춤한 요즘도 고공행진 중일까. 당시 웬만한 IT·게임기업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스톡옵션은, 주가가 폭락한 현시점에도 괜찮을까. 팩플이 네이버·카카오·넷마블·크래프톤·엔씨소프트(넥슨은 도쿄증시 상장으로 제외) 등 국내 IT·게임 대표기업 5곳의 사업보고서를 탈탈 털었다. 직원들 급여 사정부터 회사의 위기탈출 해법, 올해 꼭 주목해야 할 분야까지 정리했다.

◆잔치는 끝났다, 직원들 지갑 사정은=회사와 직원 모두 행복했던 ‘잔치’는 이제 끝난 건가. 2023년 IT·게임 5대 기업의 연봉은 줄고, 스톡옵션은 무의미해졌다.

2021년 5개사 직원 평균 급여(미등기 임원 제외한 직원 기준)는 1억700만원이었다. 2019년 7500만원에서 2년 만에 3200만원이 올라 사상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급여는 9800만원으로 다시 1억원 선 밑으로 내려왔다. 네이버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 평균 급여가 줄었다. 지난해 1억1200만원으로 전년(1억2300만원) 대비 9.2% 감소했다. 카카오(1억100만원)는 5개사 중 지난해 직원 급여가 가장 큰 폭(-19.5%)으로 줄었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7.5%)은 급여가 올랐고, 넷마블도 소폭(1.1%)이지만 올랐다.

1. ‘호실적 옛말’ 주가 하락…스톡옵션 행사도 반토막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직원 급여가 줄어든 이면을 뜯어보면 스톡옵션이 자리 잡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직원 평균 급여에는 ‘스톡옵션 행사 차익’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5개사 임직원(퇴직자 제외)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수량은 164만여 주로 전년(287만여 주) 대비 42.8% 줄었다. 이유는 스톡옵션 행사 가격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2021년 지급한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36만~38만원대, 카카오는 11만원대였다. 같은 해 고점을 찍었던 네이버(46만5000원)와 카카오(17만3000원)의 현재 주가는 18만원대와 5만원대다.

시장이 좋지 않아도 돈 버는 사람은 있다. 지난해 네·카·넷·크·엔 ‘스톡옵션 킹(king)’은 크래프톤의 한 직원이다. 이 직원은 2017년 50만주를 1452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아 지난해 15만 주를 행사했다. 정확한 행사 시기는 공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크래프톤 주가를 감안하면 최대 325억원, 최저 217억원가량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갈 길 먼 가시밭길=기업 실적이 반등하는 조건은 간단하다.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여야 한다. 외부 회사를 잘 사서 성과를 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현재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오는 캐시카우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다. 네이버의 서치플랫폼(검색, 디스플레이 광고 등) 매출 성장률은 2020~2022년까지 5.6~18%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0.59%로 뚝 떨어졌다. 카카오도 플랫폼 부문(카카오톡 채널, 비즈보드, 이모티콘 등) 매출이 지난해 2.7%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게임사는 모바일 게임 부문의 매출이 줄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37.9%, 9.4% 줄었다.

5대장이 소비자들과 만나는 접점인 앱 마켓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도 매우 크다. 구글·애플 앱 마켓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30%다. 회계상으로 이를 추정할 수 있는 항목인 ‘지급수수료’(또는 앱수수료)는 5개사 합쳐서 6조원에 육박한다.

똘똘한 기업을 잘 샀으면 도움이 되련만 지금까지 흐름은 좋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해 4000억원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1조8000억원대의 순손실을 냈다. 외부 기업들을 너무 비싸게 샀기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는 카카오의 ‘영업권 손상차손’은 지난해 1조4834억원에 달해 5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나=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신사업을 확장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의 위기탈출 해법도 사업보고서에 있다.

2. ‘해외 효과’ 크래프톤 빼면…주력사업 매출 비중 감소

네이버와 카카오는 효자 노릇을 했던 온라인 광고 매출 비중을 줄이고 신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네이버는 커머스와 콘텐트 매출 비중이 1년 전보다 각각  4.5%포인트, 2.5%포인트 늘었다. 카카오도 처음으로 콘텐트 부문 매출이 2019년 이후 5년 만에 플랫폼 부문 매출을 역전했다. 게임사도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일변도에서 벗어나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PC게임과 콘솔에 집중하려는 경향성을 보였다. 2년 전과 비교해 엔씨(18→21%), 크래프톤(21.1→30.6%) 모두 PC게임 매출 비중이 커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IT기업은 전통 대기업보다 연구개발(R&D) 투자가 많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네이버(20.6%), 카카오(16.2%), 엔씨(26%), 넷마블(27%) 등이 삼성전자(10.9%), SK하이닉스(12.8%)보다 높았다. AI 연구가 중요해지면서 더 많은 R&D 비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주목” 5대장 체크리스트=기업이 처한 상황이 매년 다른 만큼, 사업보고서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볼 항목도 그때그때 다르다. 올해 발행될 네·카·넷·크·엔의 분·반기 보고서와 내년도 사업보고서에서 기업별로 추적 관찰해야 할 항목을 꼽아봤다.

네이버는 앞으로 ‘서비스별 영업수익’ 항목에 주목하자. 오픈AI 등 해외 빅테크에 맞서는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 X’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C커머스’에 맞서 커머스 수익이 높아질 수 있을지 서비스별 영업수익 내에 ‘커머스 항목’도 지켜봐야 한다.

카카오의 보고서에선 ‘연결대상 종속회사 현황’을 눈여겨보자. 카카오는 최근 기업 전면 개편에 나선 상황이다. 가장 먼저 드러날 가시적 변화는 ‘계열사 줄이기’다. 내부적으론 계열사 수를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3. 포털 ‘AI’ 게임사 ‘글로벌’…미래 승부수 통할지 주목

넷마블은 최우선 과제가 ‘적자 탈출’이다. 2021년(-1086억원)과 2022년(-684억원) 두 해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아스달 연대기’ 등의 모바일게임 신작을 발판삼아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크래프톤은 대륙별 매출 비중을 알 수 있는 ‘매출 및 수주 상황’ 항목에 집중하자.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1조910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영업이익(7680억원)도 같은 기간 2.2% 증가한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해외 실적이 더욱 좋아질지, 아시아와 아메리카·유럽의 매출을 보면 알 수 있다.

엔씨는 게임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나타내는 ‘매출 및 수주 상황’ 항목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가 주저앉은 만큼, 앞으로 어떻게 돈 벌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출시한 신규 지식재산(IP)인 ‘쓰론앤리버티(TL)’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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