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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동'이 만든 일렉트로닉 팝…송소희 "뭔가 해소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 송소희의 미니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 송소희의 미니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년 넘게 경기민요를 했어요. 정해진 틀이 있는 장르인데, 그 틀안에선 저를 완전히 표현할 수 없겠더라고요.”
국악인 송소희(27)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4일 발매한 첫 미니앨범 ‘공중무용’을 통해서다.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4곡을 담았고, “내가 발견한 내 안의 새로운 길”이라고 앨범 소개글을 적었다.

송소희는 7살 때부터 ‘국악 신동’으로 불리며 경기민요 소리꾼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가 창작에 나선 건 2022년 새로운 소속사에 들어가면서다. 가수 십센치(10CM), 선우정아 등이 몸담은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합류한 뒤, ‘구름곶 여행’(2022), ‘인포데믹스’(2023), ‘세상은 요지경’(2023) 등 세 차례 싱글 곡을 내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시동을 걸었다. 이번 앨범은 ‘세상은 요지경’ 이후 약 반년 만에 발매한 신보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처음 선보인 앨범이다.

지난 4일 발매된 송소희의 첫 번째 미니앨범 ‘공중무용’ 커버.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지난 4일 발매된 송소희의 첫 번째 미니앨범 ‘공중무용’ 커버.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미니앨범 발매 기념 언론 청음회에서 그는 “경기민요는 어떻게든 정답을 향해가야 하는 장르다. 오랜 기간 한 음악을 하면서 뭔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느껴졌다”며 직접 곡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아무 구애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다 보니 조금씩 해소가 됐다”면서 “동시에 원래 하던 국악도 새롭게 바라보게 되더라. ‘내가 정말 멋진 음악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자부심도 생기면서 양쪽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본캐’(원래 캐릭터)·‘부캐’(부차적인 캐릭터) 개념처럼, 제 ‘본캐’는 경기민요를 하지만, 삶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부캐’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서 송소희는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자연을 각 곡의 배경으로 삼았다. 사막에서 영감을 얻은 타이틀곡 '공중무용'은 일렉트로닉 팝 장르다.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노을이 질락 말락 하는 시간대에 느끼는 ‘나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적 정서를 녹인 송소희의 음색과 '강강술래'와 같은 가사가 어우러져 민속적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첫 번째 수록된 ‘주야곡’은 들판을 배경으로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해진 사랑 이야기를 담았고, 세 번째 수록된 ‘진한 바다를 거슬러’는 해가 다 지고 어둠이 깔렸을 때의 깊은 바닷속과 같은 관계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마지막 곡 ‘사슴신’은 앨범에서 가장 빠른 템포의 신나는 곡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중 ‘원령공주’라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을 관장하는 사슴신을 볼 때마다 여러 감정이 들었다. 사슴신에게 생명을 갈구하는 것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보유한 국악의 기본기는 창작에 큰 도움이 됐다. 송소희는 “제가 다루는 경기민요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꾀꼬리처럼 목기술을 사용해 노래한다. 창작할 때 제가 갈고 닦았던 목기술을 마치 레고 쌓기 하듯이 적재적소에 집어 넣어보면서 작업했다”면서 “오래 해오던 국악을 창작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소희는 "듣는 이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송소희는 "듣는 이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사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송소희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런 가사를 쓰나? 이런 곡을 쓰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새로웠다”면서 “제가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이더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어렵고 복잡한 것들은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방향성은 음악의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듣는 분들의 플레이리스트(음악 목록)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저에게 이런 길이 있을지 몰랐는데, 또 계속 국악만 하면서 살 줄 알았는데, 창작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돼서 앞으로의 음악 활동도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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