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내가 사업자와 유착?" 유동규 "김만배랑 유착 안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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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10시 15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은 유세 현장이나 다름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재판 출석을 위해 나와서는 “이번 총선이 무도한 정권에 대한 확실한 심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일장 연설을 하면서다.

이 대표는 중앙지법 서관 입구 앞에 도착한 뒤 입장문이 적힌 A4 용지를 꺼내 들고 “오늘 저는 2년째 겪고 있는 억울과 부당함, 그리고 정치검찰의 무도함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 저와 제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편이 아무리 크다 한들 국민 여러분께서 겪는 삶의 고통에는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경제, 민생, 안보, 민주주의 모든 측면에서 국가를 후퇴시켰다. 잡으라는 물가는 못 잡고 정적과 반대세력만 때려잡고 있다”,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능멸하는 정권 탓에 이제 정치는 통치와 지배로 전락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경남·강원·충북 등 총선 접전지 7곳의 후보자 이름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 대표는 총선 전날 재판에 출석한 데 대해 “재판에 출석하지 말고 지역을 돌아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고, 1분 1초를 천금같이 쓰고 싶었다”면서도 “제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 독재 정권 정치 검찰의 의도인 것을 알지만, 국민으로서 재판 출석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고 했다. “제가 다 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을 국민 여러분께서 대신해 달라”고 말할 때는 울먹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입장문 발표는 11분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동작을 류삼영 후보와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동작을 류삼영 후보와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는 ‘(법원 출석은) 법원의 구인장 발부를 염두에 둔 결정인가’, ‘법원의 기일 지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법정 앞에 몰려든 민주당 지지자 수십명은 이 대표를 향해 연신 “이재명! 이재명!” “윤석열·김건희 때문에 못 살겠다” 등을 외쳤다.

이 대표 측은 지각 출석(지난달 12일)이나 무단 불출석(지난달 19)을 하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데에 불편한 기색을 비쳐왔다. 기일 변경도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재판부로부터 “불출석하면 (강제소환을 위해)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경고를 받으며 거부당했다. 이 대표는 전날 류삼영 후보(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 현장에서도 “서부 경남은 시간이 없어서 가보지도 못했는데, 내일(9일)은 재판을 안 가고 거기를 한 번 가볼까 고민하고 있다”며 이날 재판 불출석을 시사했다가, 돌연 재판 참석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일정 변경에 대해 “총선 전날 험지 유세를 가기보다, 재판 출석이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막판 판세가 야권으로 기운 데는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의 검찰 독재 프레임이 주효했다는 내부 평가가 있다”며 “총선 하루 전날까지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검찰이 자신의 유세를 방해하며 제 1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3일을 법정에 출석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본류 배임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본류 배임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나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상대로 직접 반대신문에 나섰다. 이 대표는 “증인이 남욱 변호사가 위례 사업을 성공시킬 방안을 가져온 것을 나한테 구두로 보고했다고 얘기하는데, 원래 보고하려면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정무적인 일을 보고할 때 보고서 만들라고 하셨습니까. 정무적인 일은 보고서 남기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그게 무슨 정무적인 일이냐”고 되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저한테 잘 진행해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제가 그걸 시장님이 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진행합니까”라고 반발했다.

“거기까지만 질문해라”, “설명은 줄이시고 물어보실 것만 물어봐라”는 재판부의 명령에도 이 대표는 거듭 신문을 이어나갔다. “증인은 제가 남욱 변호사나 대장동 토지를 매입하는 사업자들과 유착됐고, 2014년 재선에 도움받기 위해 약속했고 실제로 도움받았고 (그런 것들을 증인이) 보고해서 제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냐”고 이 대표가 묻자, “(이 대표는) 김만배랑 유착 안 됐었냐”며 유 전 본부장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가 “결국 대장동이 민간개발이 아닌 공모방식으로 진행돼 남욱 등은 기득권을 잃은 건 맞지 않나”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이 “(대신 이득 본) 김만배가 있자나! 만배가!”라고 고성을 지르는 광경도 나왔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판이 오후 5시 52분에 종료되자 이 대표는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법원을 떠났다. 저녁 7시 용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당 마지막 유세에 참석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하면서 법정 앞을 유세 현장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이런 식으로 법정 앞에서 지지자를 끌어모아 여론전을 펴는 것은 재판에 부담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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