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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 빼앗는 기생생물 등장…'한국판 기생수' 놀라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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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지구에 떨어진 의문의 기생 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세력을 넓혀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지구에 떨어진 의문의 기생 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세력을 넓혀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사진 넷플릭스

인간의 뇌를 장악하는 정체불명의 기생 생물이 한국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는 이런 섬뜩한 상상에서 시작됐다. 지난 5일 공개된 지 하루 만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퇴근 길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죽기 직전이었던 주인공 수인(전소니)은 마침 그를 숙주로 삼으려던 기생 생물의 침투를 받는다. 기생 생물은 치명상을 입은 수인의 신체 회복에 시간을 쓰느라 정작 그의 뇌를 장악하는 데는 실패한다. 이에 수인은 절반은 인간, 절반은 기생 생물인 변종으로 살아가게 된다. 점차 세력을 넓혀가는 기생 생물 조직과 이를 막기 위해 결성된 인간 조직 ‘더 그레이’,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19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사진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는 19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사진 넷플릭스

‘기생수’의 원작은 1988년부터 7년 동안 연재됐던 일본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동명 만화다. 전 세계적으로 2500만부 이상 팔린 히트작인데, 이번에 시리즈를 연출한 연상호(46) 감독 역시 원작의 팬으로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제작 발표회에서 “원작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새로운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다행히 재미있어하면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등 주로 본인의 원작을 실사화해 온 연 감독이 다른 이의 원작을 각색해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원작의 설정을 가져와 한국을 배경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 냈다. 주로 독립 영화에서 연기력을 쌓아온 전소니(33)를 비롯해 구교환·이정현·권해효·김인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지옥', 'D.P.' 등을 만든 SLL 산하레이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VFX 액션, 상모돌리기에 착안”

기생 생물 구현은 전체 제작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인공의 오른손에 기생 생물이 붙어 손과 팔에 변형이 있었던 원작과 달리, 한국판 ‘기생수’에선 얼굴 한쪽 또는 전체가 바뀌는 방식이다. “기생 생물의 특징상 촉수의 모양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했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링이 아닌 여러 개의 모델링을 만들어 고민했다”고 연 감독은 밝혔다.

VFX(시각특수효과)를 담당한 덱스터스튜디오의 홍정호 수퍼바이저는 “원작의 설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기생 생물의 컨셉트를 논의했다.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기괴하게 열리며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의 임팩트(강렬한 인상)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변종으로서 존재감이 돋보여야 했던 수인은 피부가 팽창하며 표정이 바뀌는 것, 얼굴 촉수 근육이 공격적으로 드러나는 것 등 디테일을 높였다”면서 “액션은 우리 민속놀이인 상모 돌리기에 착안해 목과 얼굴을 자유롭게 쓰며 상반신 움직임이 강조되는 모션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달리 한국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인물의 얼굴 한쪽 또는 전체가 기생생물에 의해 변형된다. 사진 넷플릭스

원작과 달리 한국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인물의 얼굴 한쪽 또는 전체가 기생생물에 의해 변형된다. 사진 넷플릭스

VFX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 측은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기괴하게 열리며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임팩트에 집중했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VFX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 측은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기괴하게 열리며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임팩트에 집중했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생존이라는 목표를 두고 인간과 기생 생물이 맞붙는 판타지 가득한 가상의 이야기지만,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극 중 기생 생물은 살기 위해 인간의 몸을 빼앗고 조직에 기생하는 인간의 모습을 모방하지만, 관계와 공존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수인의 행동을, 그의 몸에 붙어 있는 기생 생물 ‘하이디’는 “이상하다”고 표현한다.

수인과 하이디,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한 전소니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변하기 전 수인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며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종으로 변한 뒤 삶에 대한 의욕과 힘을 얻게 된다. 주변과 관계를 맺게 되고 유대감을 느끼면서 지키고자 하는 것이 생겨난 것인데, 이 지점이 굉장히 재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생존은 살고자 하는 의지, 그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멋있었다”고 덧붙였다.

원작자 “한국의 지혜·경험·기술 만나 ‘기생수’ 손자 탄생”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시즌2가 나온다면 원작 캐릭터인 이즈미 신이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넷플릭스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시즌2가 나온다면 원작 캐릭터인 이즈미 신이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넷플릭스

원작자 이와아키 히토시는 넷플릭스를 통해 “(원작에서 나아간) 새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근거렸다. 원작 만화가 ‘자식’이라면, 한국에서 많은 사람의 지혜·경험·기술을 만나 ‘손자’로 탄생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리즈물 ‘기생수’는 에피소드 별로 전개도 역동적이고 템포도 빨라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독자적인 발상과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엿보여 원작자이자 관객으로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시리즈는 원작 속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2018년 영화 ‘아, 황야’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스다 마사키가 신이치 역으로 깜짝 출연했다. 시즌2를 암시하는 엔딩에 대해 연 감독은 “사실 제가 결정할 수 있다기보다는 먼저 넷플릭스의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미 시즌2에 대한 구상은 나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만약 시즌2가 나오게 된다면 원작 캐릭터인 신이치가 나와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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