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입 개방 "기대 반 우려 반"|내년 전면 자유화 앞둔 국내미술계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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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년부터 해외미술품수입이 전면 개방된다.
문화부장관의 수입추천을 받지 않고도 일반 상품처럼 수입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해외미술품을 자유롭게 들여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외미술품은 89년 7월부터 골동품, 90년 l월 1일부터 조각의 수입이 자유화 된데 이어 91년부터 회화·판화로 확대됨에 따라 모든 미술품의 수입이 자유화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미술품 수입전면가방을 앞두고 국내 미술계는 우려반 기대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일부 화랑과 무역회사들은 곁으로는 조용한 가운데 부산한 준비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미술계는 우선 누구나 해외미술품을 들여올 수 있게 됨에 따라 저질미술품이나 가짜미술품이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입추천제도에 의해 수입계약서와 현지에서의 가격약정서 등을 첨부케 함으로써 비교적 믿을만한 양질의 미술품이 수입됐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술품도 일반상품처럼 수입됨에 따라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모자라고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업자나 컬렉터들에 의해 저질·가짜미술품이 수입돼 전서·판매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이 같은 사정은 일본이 지난 60년대 초 해외미술품 수입을 개방한 직후 저질미술품을 마구 수입,「일본은 저질미술품의 쓰레기장」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경우를 상기시킨다.
일본은 그나마 수입은 개방하면서 일정기간(5년) 동안 권위 있고 신용 있는 일부 화랑을 수입업자로 선정, 마구잡이 식의 반입을 막았었다.
미술계는 이에 따라 정부의 수입적정심의과정에 저질·가짜미술품을 가려낼 수 있는 심의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이고있다.
가나화랑대표 이호재씨는『심의기구가 비록 허가권을 쥔 기구는 될 수 없더라도 추천·권장역할을 부여해 추천을 받은 미술품은 애호가들이 믿고 살수 있도록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이 같은 심의기구는 미술평론가나 경험 많은 화랑대표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국내에 해외미술품이 대거 수입돼 유통되면 국내미술품의 가격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이에 따라 국내미술품의 가격도 상당한 변화를 보이게 되리란 전망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10여명의 인기 원로·중진작가 등의 작품 값은 호당 2백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는 실정. 2백호 이상의 대작은 수억원에 이른다.
외국의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 값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훨씬 넘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경우 국내 애호가들이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두고보아야겠지만 국제화시대를 맞아 국제적 경쟁력이 높은 외국작품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또한 본격적인 미술품 국제화시대가 됨에 따라 그 동안 작품 값이 지나치게 치솟은 인기작가들이 해외전을 열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미술품 수입개방이 부작용과 우려만 낳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해외미술품을 많이 들여올수록 우리나라의 문화자산이 그만큼 쌓인다는 주장이다.
예술의 전당 미술관의 윤범모 관장은『해외미술품의 수입·보유는 국가적 투자로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미술관의 풍부한 소장품은 국내 작가들의 창작력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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