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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우지원 등 오빠들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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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을 찾는 여학생 팬들을 '오빠부대'라고 부른다. 오빠부대의 원조를 찾자면 1960년대 말~70년대 초의 김영기.김인건.신동파 선생 시절까지 가야 한다. 당시 오빠부대는 대개 은행이나 회사 여직원, 대학생 등이었고, 보온병에 커피를 끓여오곤 했다고 기억한다.

여중.여고생 팬들이 환호하기 시작한 것은 박수교.이충희.김현준이 활약한 80년대 중반. 기아농구단의 김유택.허재.강동희가 등장한 90년 전후를 거쳐 문경은.이상민.우지원을 앞세운 연세대가 93~94농구대잔치를 제패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진짜 '오빠'들이 이 무렵 대거 등장했고, 여학생들은 선물과 편지.초콜릿 공세를 퍼부었다.

문경은.우지원은 '오빠'의 원조 격이다. 이들은 방송사 쇼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프로 출범 이후 좀처럼 전성기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뛰는,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문경은은 2000~2001시즌 삼성을 정상에 올렸지만 공은 외국인 선수에게 돌아갔다. 우승한 다음 시즌 SK 빅스(현 전자랜드)로 이적하는 시련도 겪었다. 득점을 위해 발버둥칠수록 강한 수비가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올시즌 들어 생존의 기법을 터득한 듯 지난 2일 KCC전에서는 장기인 3점슛 대신 2점슛 위주의 공격으로 대량득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경기당 18. 7득점을 올리고 있는 모비스의 우지원도 달라졌다. 우지원은 보조 공격을 맡으면서 때로는 주포보다 더 많은 득점과 팀공헌도를 보이는 독특한 선수다. 그러나 많은 감독들이 요구하는 주포 역할이 그에게는 늘 짐이었다. 올시즌엔 조니 맥도웰, 후배 김동우와 찬스를 나눠 가지면서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랭킹 2위에 올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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