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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김경숙의 실리콘밸리노트

글로벌 커리어 확장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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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전 세계 미디어를 전담할 팀을 구글 본사에 신설해서 각국 팀들과 유기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한 지 정확히 2주 만에 팀이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관심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당연히 로이스(나의 영어 이름)가 와야지!”라는 답이 왔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미국으로 날아왔다. 2019년 가을 일이다. 내가 미국 본사로 옮겨온 과정은 정말 극적이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직장인들의 커리어 확장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토요일 종일 이루어진 일정에도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내가 늘 받는 질문은 ‘구글 본사에 어떻게 가게 되었나’다. 그러면 나의 본사 이동 스토리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거기에 꼭 덧붙이는, 그러나 더 중요한 말이 있다. 글로벌 커리어를 위해서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 가지 면에서다.

10년 준비, 기회 온 구글 본사행
내 관심사 적극적으로 알려야
영어 공부는 수익률 좋은 투자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몰라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첫째, 내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미리미리 표명하라. 내가 가고 싶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나 매니저를 평소 주기적으로 만나 그 팀이 하는 일을 알아둔다. 그래야 내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 건지, 그리고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떤 자질과 능력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구글코리아에 있던 한 동료는 일본에만 있는 광고정책팀이 한국으로 출장 오면 늘 미팅을 요청해 만났다. 그렇게 팀을 알아가고, 팀원들과 네트워크를 쌓으며 자신을 알렸다. 4년째 되던 해 그 팀에 자리가 생겼고, 그 자리에 지원했다.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당신이 그 팀 매니저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지난 3~4년 꾸준하게 그 일에 관심을 표명하던 후보를 당연히 더 신뢰하게 된다. 나의 경우도 ‘전격’ 발탁처럼 보였지만, 사실 평소 나의 아이디어를 한국 너머 세계의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나누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본사 인사 담당자는 내 제안이 수년 동안의 인사이트와 경험, 고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내가 그 자리에 관심을 표명했을 때 바로 불렀던 것이다.

둘째, 언어다. 30년간 미국계 외국 회사에 근무하면서 영어는 필수였다. 미국에서 MBA(경영 석사)를 마친 유학생 영어 수준을 가졌던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에 대해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았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자리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영어가 요구됐다. 부서장이 되니 옆 팀을 설득해 협조도 받고, 본사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해 예산도 따와야 한다. 영어를 잘하지 않고서는 일을 잘할 수 없었다. 전에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영어를 잘하지만 일 못 하는 사람. 나머지는 영어는 좀 못하지만 일은 잘하는 사람. 나는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나름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영어를 못하면서 일을 잘할 수가 없다.

물론 영어 공부라는 게 쉽지 않다. 꾸준히 중단 없이 하는 게 쉽지 않다. 매일 해도 해도 제자리 같다. 뒤늦게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원어민처럼 혀가 말랑말랑하게 잘 돌아가는 후배나 동료들과 비교하면 지금 해서 뭐가 되려나 씁쓸해지기기도 한다. 하지만, 상투적인 말 같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나는 마흔살에 영어를 소리공부(파닉스)부터 새로 시작했다. ‘apple’이 ‘애아~플’처럼 발음되고 studying은 ‘스타딩’이 아니라 ‘스타디~잉’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40년 동안 잘못 발음했던 것을 고쳐가는 일이 즐거웠다. 그렇게 10년을 매일매일 영어 공부에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본사행 기회가 왔다. 10년 전에 시작한 영어 공부가 아니었더라면 원어민들로 가득한 커뮤니케이션팀 자리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지원할 엄두가 안 났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와서도 5년 동안 매일 원어민 튜터를 만나고, 영어 오디오북을 두시간씩 듣는 등 하루 서너 시간을 영어에 쏟았다.

물론 위 두 가지는 꼭 글로벌 커리어 확장을 위해서만 필요한 건 아니다. 어느 기업에 있든지 다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글로벌 커리어 기회가 반드시 한국 밖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내에서도 기회가 많다. 요즘은 한국 스타트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의 서비스 및 제품들이 대부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점점 줄고 있다. 어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대형 회사에 인수되면서 하루아침에 미국 회사가 되는 바람에 영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경우도 봤다. 기회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준비하자. Cheers!

정김경숙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