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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국방비 증액 위한 유로 단일채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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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유로 단일채권’이 다시 발행될까?

프랑스는 유럽연합(EU)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기 위해 EU 단일채권인 ‘유로본드(Eurobond)’를 발행하자고 지난달 22~23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다.

유로본드는 2021년 한 차례 발행된 선례가 있다. 당시 유럽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최악이었다. EU 집행위원회가 국제자금시장에서 단일화폐로 자금을 조달했다. 그때 유럽을 이끌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500억 유로(약 1875조원) 정도의 유로본드를 발행하자는 합의를 2020년 7월 말 끌어냈다. 특히 EU 예산의 최대 부담국인 독일의 국내 반대 기류를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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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유로본드의 용도가 국방비다. 미국 안보 우산의 신뢰에 금이 갔다.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가로막혀 있고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했다. 하지만 복지 지출이 큰 회원국들은 국방비 증액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EU 차원에서 공동으로 1000억 유로(145조원) 정도의 채권을 발행해 첨단 무기를 공동 생산·구입해 운용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의 제안을 옛 소련의 압제를 겪었던 발트 3국과 폴란드가 지지했지만, 북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등은 EU 예산 납부 금액이 EU로부터 지원받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순기여국이다. 이들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이런 제안을 반대해왔다.

독일의 불만은 이해가 간다. EU 회원국 가운데 20개 나라가 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이들은 유로로 국채를 발행한다. 그런데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이 발행하는 유로 국채(Bund)가 기준 역할을 해왔기에 20개 유로 국채 가운데 독일 국채가 수익률이 가장 낮다. 미 재무부의 국채 수익률이 국제자금시장에서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유로본드가 답’이라고 할 이유가 있다. 단일채권은 최장 20년 넘게 각 회원국이 경제력에 비례해 상환을 떠맡기에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개별 회원국이 아니라 EU 차원에서 단일채권을 발행하기에 EU의 재정통합이 진전된다. EU는 세계 최대의 다자개발은행인 유럽투자은행(EIB)도 보유 중이다. EIB 회원국들이 합의하면 방위산업 지원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지원만으로는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기에 부족하다.

그렇기에 국방비를 대폭 늘리려면 유로본드가 절실하다. 필요를 현실로 바꾸는 데는 큰 상황 변화와 함께 큰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트럼프 재선은 EU에 절박감을 심어줄 것이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독일이 프랑스와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유로본드 발행 가능성을 점쳐볼 때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