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에 이자는 눈덩이, 월급으로 감당 안됐다…가계 여윳돈 51조 증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해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 부진 여파로 가계 여윳돈이 50조원가량 줄었다.

4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2022년(209조원) 대비 50조8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보험·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 등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으로 여겨진다.

여윳돈 줄어든 가계·비영리단체

여윳돈 줄어든 가계·비영리단체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고, 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88조8000억원 줄어 2019년(18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전년 31조7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돌아섰다. 2013년(-7조원) 이후 가장 작다. 운용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간 중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가계가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절대적인 거래금액이 줄어들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금융기관 예치금, 보험 및 연금준비금, 채권도 운용액이 감소했다.

가계는 지난해 총 36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전년(74조50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이 66조1000억원에서 29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