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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전공의 만나라”…“대통령도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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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을 위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KBS뉴스에 출연해 “현재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대화를 위한 접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시간과 장소,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전공의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윤정(고려대 안암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를 만나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가 대통령에게 전공의 면담을 요청한 데 이은 것이다. 브리핑 직후 대통령실도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 2월 19일 전공의 첫 집단사직 후 윤 대통령이 직접 면담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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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주인공을 고르라면 단 한 분,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먼저 (전공의들에게) 팔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 달라”고 호소했다.

길어지는 전공의들 침묵상반기 인턴 수련도 10%만 등록

일부 개원의도 주 40시간 ‘준법 진료’를 벌이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정형외과에 진료시간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부 개원의도 주 40시간 ‘준법 진료’를 벌이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정형외과에 진료시간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조 교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도 “만약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달라”고 촉구했다. 조 교수는 호소문 형식의 글을 12분에 걸쳐 읽어 내려가며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전의교협 브리핑 직후 언론에 배포한 공지에서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응답했다. 전공의들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날 조 교수는 전날(1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의대 증원 관련 담화에 대해 “대통령께서 온 정성을 다해 이루고자 하는 의료개혁을 젊은이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선 “시간당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힘들고 지난한 병원 생활 속에서도 의사로서의 사명감·자부심·자존감에 기반해 살아왔을 전공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잠재적 범죄자’ ‘생명을 등한시하는 악마’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난 6주간 전 국민으로부터 지극히 나쁜 직군으로 낙인찍혔던 그들(전공의들)에게 어깨를 내어 주시고, 두 팔로 힘껏 안아 달라”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박단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만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박 위원장이 별도로 요청했는지는 모른다”며 “그분(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십사 하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붙은 신입 전공의 모집 공고문 모습. [뉴스1]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붙은 신입 전공의 모집 공고문 모습. [뉴스1]

이날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도 서울 강서구 지원 유세 후 만난 기자들에게 “전공의들한테 ‘비공개로 일단 보자, 만날 의향이 있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시간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오늘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지난 1일 대통령 담화 후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2일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1581명 중 64.1%(10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1.9%(504명)였다.

전공의 이탈이 7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예비 인턴 대상자들도 무더기 임용을 포기하며 의료 공백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올해 의대 졸업생 3058명 중 인턴으로 합격한 2697명 가운데 현재까지 90%가 임용을 거부했다. 이날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반기 중 수련은 어렵게 된다.

전병왕(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수본 총괄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까지 10% 이내로 인턴이 등록된 상태”라며 “오늘까지 등록이 안 되면 상반기 인턴은 더 이상 수련받기 어렵고 9월 하반기에 공백이 생기면 그때 인턴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3월에 다시 지원해 인턴 수련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인턴들의 수련 기회가 날아갔다는 건 수련병원에 그만큼 공백이 생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인턴들은 병원에서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는데 다른 의사들에게 업무가 전가돼 과부하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2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표들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의교협은 지난달 5일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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