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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광고를 시작한 테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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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기차 시장을 만들어 낸 테슬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했다. 홍보(PR)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홍보를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매체에 돈을 지불하는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광고비를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테슬라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건 CEO 일론 머스크의 힘이었다. 특히 그가 트위터(현 X)에서 만들어낸 엄청난 바이럴 효과는 신차가 나올 때마다 광고비를 퍼붓는 경쟁 기업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랬던 테슬라가 몇 달 전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를 시작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자기는 광고를 싫어한다고 공언했던 머스크가 광고를 하기로 했을 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 기업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의 지출이고,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보려는 시도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 포인트다.

전기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도 그 성장세가 둔화한 이유는 얼리 어답터들은 전기차 구입을 마쳤고, 가격에 신경을 쓰는 일반 소비자들은 테슬라와 같은 고가의 전기차 앞에서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BYD 같은 업체들이 대중 전기차 브랜드를 표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테슬라는 그동안 누려 온 선발주자의 후광 효과를 빠르게 잃고 있다. 이제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똑같이 가격, 홍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다만 광고를 내보내기로 하면서도 TV 등의 전통적인 매체를 피하고, 정확한 구매 대상을 광고 타깃으로 지정할 수 있는 구글이나 메타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전기차를 검색했거나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테슬라 광고를 보여주어 가성비를 노리는 것도 이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