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진 이글스? 막강 선발 왕국 된 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한때 ‘현진 이글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에이스 류현진(36)이 등판하는 날만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류패패패패’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류현진 외에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었던 ‘암흑기’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한화 선발

한화 선발

2024년 한화는 그렇지 않다. 개막 후 치른 8경기에 선발 투수 6명이 등판했는데, 그중 유일하게 승리를 따내지 못한 투수가 류현진이다. 외국인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26)와 펠릭스 페냐(34), 국내 선발 김민우(28)·문동주(20)·황준서(18)가 각각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선발승을 따냈다. 한화는 이들의 활약을 발판 삼아 개막전 1패 후 7연승을 달렸다. 늘 최하위권을 맴돌던 한화에 ‘선발투수 왕국’이라는 격세지감의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선발승 릴레이의 스타트를 끊은 건 한화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외국인 투수 페냐였다. 지난달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2선발로 출격한 페냐는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LG 강타선을 6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올 시즌 한화의 첫 번째 승리였다.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치른 26~28일 SSG 랜더스와의 3연전에서는 김민우-산체스-문동주가 차례로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다. 김민우는 첫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2021년 14승 투수의 부활을 예감케 했다. 다음 날인 27일엔 산체스가 5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범경기 때 부진으로 인한 걱정을 완벽하게 씻어냈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6524일 만의 인천 원정 스윕(싹쓸이 승리)을 기록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힘을 빼고 던지다가 위기 때는 최고 시속 158㎞ 강속구를 뿌리는 문동주의 완급 조절에 SSG 타선은 맥을 못 췄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수퍼 루키’ 황준서는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선발왕국 한화의 ‘화룡점정’을 완성했다. 김민우의 가벼운 부상으로 갑자기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됐는데도 황준서는 신인 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5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화 소속의 고졸 신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건 2006년의 류현진 이후 18년 만이었다.

이제 한화에게 필요한 건 12년 만에 금의환향한 에이스 류현진의 승리다. 그는 지난달 23일 LG와의 개막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달 29일 KT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선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다. 류현진은 오는 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 첫 승과 KBO리그 통산 99승에 재도전한다.

KBO리그 최정상급 라인업을 구축한 한화 선발투수 진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프로 3년 차가 된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이 오신 뒤 대화를 많이 나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비밀이라 공개할 순 없지만, 정말 도움이 되는 조언도 들었다”며 “산체스, 페냐와도 지난 1년을 함께 보내면서 더 친해지고 루틴도 배우게 됐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막내 황준서도 “동주 형이 경기 전 ‘나는 데뷔전에서 3분의 2이닝 밖에 못 던졌다. 넌 1이닝만 던져도 나보다 훨씬 나은 것’이라 말해줘서 긴장이 풀렸다”며 “선배님들이 이어온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열심히 던졌다. 앞으로 류현진 선배님께 많이 배워서 (한화의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2024 KBO리그 팀순위(1일)

2024 KBO리그 팀순위(1일)

‘무승 투수’인 류현진도 후배 투수들의 성장에 흐뭇해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연일) 집중하고 분위기 좋게 잘 해나가면서 서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요즘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