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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알코올 회식 시대' 오나…주류업계 타깃은 '라이트 드렁크'

중앙일보

입력

‘부어라 마셔라’ 않는 MZ 세대 술 문화와 코로나19 영향에 더해 ‘잔술’과 논알코올 맥주 판매 환경이 개선되면서, 저도주(낮은 도수의 술) 트렌드가 퍼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업계는 술을 많이 마시는 ‘헤비 드링커’ 외에도 술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드링커’를 잡기 위한 이중 전략을 펴고 있다.

31일 주류업계에서는 정부의 잔술 판매 허용 방안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식당에서 술을 잔 단위로 파는 것과 주류 도매업자의 무알코올 맥주 식당 납품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합법적인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 범위를 ‘음식점 등 음주가 허용된 장소에서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눠 담아 판매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주류를 냉각·가열하거나 즉석에서 재료를 섞어 판매하는 것도 허용한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 소주.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 소주. 연합뉴스

기존에도 잔술 판매가 불법은 아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 내부 행정규칙으로 있던 내용을 명확하게 시행령으로 두고자 한 것”이라며 “4월 29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 후, 절차를 거쳐 5월 초쯤 시행될 예상”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고물가 극복과 주류 문화 개선 등을 위한 정부의 시도로 봤다. 변화에 대한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대용량 페트병 소주 비율이 조금 늘어나는 것 외에 큰 영향이 바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잔술 문화가 퍼지면 폭음하지 않는 선진국형 술 문화에 한발 가까워질 것”이라며 “회식에서 사이다 대신 논알코올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은 개정안에 주류 도매업자가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음식점에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겨서다. 논알코올 맥주는 도수 1% 미만의 제품으로, 일반 맥주에서 알코올을 제거한 비알코올 맥주와 탄산수에 맥주 향을 첨가한 무알코올 맥주로 나뉜다. 혼술·홈술이 늘면서 마트에서는 논알코올 맥주가 진열대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음식점 판매는 흔치 않다. 업계는 장기적 주류 문화 변화를 타고 비알코올 맥주 시장이 꾸준히 커져 2025년 200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라이트 드링커를 겨냥한 저도주 마케팅은 코로나19 이후 소주 업계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한 소주업체 관계자는 “헤비 드링커의 소비량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그들 역시 저도주 트렌드에 편승하는 추세”라며 “라이크 드링커 시장을 같이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청하에 탄산을 담은 롯데칠성음료의 ‘별빛청하’(7도)는 출시 1년 10개월 만인 지난 2월 말까지 3300만 병이 팔려나갔다. 이 회사는 제로슈거 소주인 새로에 과일향을 담은 ‘새로 살구’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또 한 번 저도주 시장을 노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 데 이어 이달 15.5도인 ‘진로골드’를 선보였다. 1998년 출시 당시 23도였던 참이슬 도수가 16도대로 떨어진 것에 더해 15도대가 나온 것이다. 충청 지역 주류업체인 선양소주는 국내 최저 도수(14.9도)인 ‘선양소주’의 페트 제품을 GS25와 함께 내놓기도 했다.

다만 위생 및 관리 문제 등으로 잔술이 저도주와 함께 주류 문화를 바꿀 만큼 퍼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잔으로 팔면 주문하는 사람이 있을까”는 회의적 의견 속에서 “한 잔씩 즐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소주 한 잔 가격은 얼마나 적당하겠느냐”는 질문에 600원부터 1000원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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