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개 은행 'ELS 자율배상' 수용…하나銀, 고객에게 첫 배상금 지급

중앙일보

입력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연합회 회동이 열린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앞에서 홍콩 H지수 ELS 피해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규모로 판매한 은행 6곳이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했다. 개별 고객에 대한 통지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하나은행에선 지난 29일 첫 배상금 지급도 이뤄졌다.

이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에 대한 자율배상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 6곳 모두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게 됐다. 자율배상 결정은 6개 은행 중 판매액(약 400억원)이 제일 적은 우리은행이 22일 먼저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 후 하나(27일), NH농협·SC제일(28일)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29일엔 신한이 먼저 자율배상 수용을 발표했고, 마지막으로 판매액(약 7조8000억원)이 가장 큰 KB도 자율배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6개 은행이 자율배상을 택하게 되면서 배상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해 이후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온 은행들은 고객 계좌를 체크하고 자체 배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에선 처음으로 배상금을 받은 투자자가 등장했다. 28일 자율배상위원회를 연 뒤 배상 안내를 시작했고, 다음날 일부 투자자와 합의를 거쳐 은행권에서 첫 배상금 지급에 나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배상액을 밝힐 수 없지만, 투자자들과 배상비율에 대해 원만히 합의됐다"며 "앞으로도 투명하고 신속한 배상절차 진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제일 먼저 자율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도 이번 주부터 4월 만기가 돌아오는 고객 등에 대한 사전 배상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개별 고객들에 배상 내용·절차 등을 통지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각 영업점을 통해 배상 안을 제시하면 고객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배상 비율 협의가 완료된 투자자부터 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율배상 결정 직후 각 영업점에 고객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 통지 전부터 개별적인 안내는 이미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별 배상 비율은 각 은행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배상 관련 협의회(위원회)에서 정한다. 해당 비율은 금감원 안(20~60% 범위)을 바탕으로 평균 40%가량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홍콩 ELS에 1000만원을 투자한 A씨가 500만원 손실을 봤다면 그중 20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이에 따라 6개 은행은 약 2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뒤 자율배상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29일 한국신용평가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들 은행은 배상 비율 40% 적용 시 총 1조9500억원을 배상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고객이 배상 비율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밟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정 다툼으로 가면 사태 해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소송까지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손실 고객에 대한 배상을 신속히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홍콩 H지수 하락에 따른 ELS 손실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 상반기 만기 액수는 ▶KB국민은행 4조7726억원 ▶NH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SC제일은행 5800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등이다. H지수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상반기 중에만 약 4조 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이러한 손실 배상에 은행권이 전향적으로 나서게 된 데엔 금감원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11일 금감원은 배상 기준안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책임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별 가감 요인이 적용되는 걸 전제로 손실액의 20~60% 범위에서 배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또한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각 은행·임원별 제재와 과징금 등도 검토키로 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불완전 판매 사례는 개별 판매사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특히 은행은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례였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