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모스틀리 필 창단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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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을 갖춘 팝스오케스트라의 탄생을 확인한 무대였다. 50여개를 헤아린다는 국내 오케스트라들의 틈바구니에서 요즘의 감각에 맞는 뮤지컬과 영화음악 등 대중음악에도 능한 젊은 감각의 팝스오케스트라의 존재를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후 LG아트센터에서 두차례 열린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PO) 창단기념 콘서트'(사진)가 그것이다.

대중가수 조영남을 앞세워 '딜라일라''낙엽은 지는데''사랑없인 못살아요'등의 노래와 반주가 펼쳐졌던 이 자리는 무엇보다 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박상현의 역량을 인상깊게 보여줬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무대에서 한차례 검증을 거친 신예. 이번 무대는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늘 뒤처지는 건 반주음악, 즉 오케스트라 사운드였다. 그런데 현대 뮤지컬의 대표곡들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저 지휘자는 과연 누구란 말일까?" 지난 2월 가수 조영남이 중앙일보 칼럼 '삶과 문화'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던 중 발견한 '음악 지휘의 조자룡' 박상현에게 보냈던 찬사다.

이제 조영남과 박상현은 서로 한 무대에 서서 멋진 궁합을 보여줬다. 즉 가수 한 명과, 그 가수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는 고수(鼓手)의 사이로 만난 것이다. 성공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박상현은 조영남이 부를 노래에 새로운 감각의 반주 편곡을 했고, 매끄러운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단원을 조율하는데 성공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정지용 시, 김희갑 곡의 '향수'. 조영남은 노래를 시작하며 갑자기 지휘봉을 쥐었다. 박상현은 객석을 쳐다보며 테너 역할을 하며 조영남과 이중창을 연출해 박수를 받았다.

기대는 두가지다. 우선 하성호가 지휘하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함께 MPO가 보다 다양한 무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또 10대 취향 일변도의 요즘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변수로 기대해봄직하다. 특히 대형 뮤지컬의 반주 활동에 상대적으로 강한 MPO는 대형화되는 공연계를 바쳐줄 기대주다.

팝스오케스트라는 서울팝스.MPO와 함께 경기도립 팝스오케스트라(지휘자 최선용)등 국내에 3개다. 문제는 이들에게 과연 충분한 시장이 있느냐하는 점이다. 국내 음악 시장이 워낙 좁아서 그 점은 별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기존 음악계의 시선이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그 공급이 시대감각에 맞는다면.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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