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처럼 안 당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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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전 서울시장이 '네거티브 경계령'을 내렸다. 유력 대선 주자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전략에 비상을 건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임박했다' '당내 경선에서도 네거티브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 전 시장에겐 큰 고민거리다. 요즘 그의 발언 중엔 이런 심정이 드문드문 감지된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최근 네거티브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아주 전(前)근대적 방식"이라며 "이회창 전 총재 때의 '김대업 사건'을 돌아보면 (네거티브 전략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이 전 총재처럼 당할 수 없다'는 모토 아래 네거티브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떠돌았던 '병역 관련' 소문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도상(圖上)훈련' 같은 준비를 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와 최측근 홍보 전문가가 한 팀이 돼 대구병무청과 포항의 병원들을 탐문해 4개월 동안 반박 자료를 확보했다. 악성 루머를 유포하는 인터넷 댓글의 IP 주소 추적을 경찰에 의뢰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에게도 '기관지 확장증을 앓아 면제를 받았다면 아직 폐에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추궁성 질문을 했다. 그 결과 2006년 1월 국립암센터에서 촬영한 흉부 X-선에 남은 가슴의 흉터를 찾아냈다. 이 작업에는 30년 이상 병무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은퇴한 '병역 면제 전문가'까지 동원됐다.

이 전 시장 캠프에서 가동되는 네거티브 대응팀은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현안에 즉각 반응하는 '별동대' 외에 별도의 법률지원단이 네거티브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이자 돈.가족.사생활까지 속속들이 모두 안다는 김백준 서울지하철공사 감사가 총괄하는 점검회의도 가끔 열린다. 이 전 시장은 최근 부산에서 "나는 정치지도자들의 평균적 도덕 기준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갖고 살아왔다. 뒤져봐야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발목을 잡았던 의혹들처럼 한 번 불붙으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침소봉대되는 네거티브의 속성을 이 전 시장 측은 경계하고 있다. 한 측근은 "과거 언론에 보도됐거나 악의적으로 유포되는 괴소문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과거 김대업 사건으로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은 국민이 정치 공작 색깔이 강한 흑색선전에 또다시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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