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돈 어떻게 마련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지 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에 여당 의원까지 합세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등 주무 부처도 검토를 시작했다.

이 같은 분양 방식이 적용될 경우 분양가가 현재보다 절반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취지 자체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택지를 공공기관이 사들이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재정 부담과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과 수도권에선 마땅한 택지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 방식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대지 또는 토지 임대부 분양이란=아파트의 가격은 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택지는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청약자에겐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대신 택지에 대해선 매월 일정 정도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택지비를 따로 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분양가는 싸질 수밖에 없다. 판교의 경우 택지비가 분양가의 60%를 넘었다.

아파트 반값 공급은 홍 의원이 올해 4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이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씨가 14대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공약을 내놨었다. 도시조성 기반시설비 등을 정부가 부담해 서울에서는 일반 아파트의 절반, 지방에선 3분의 2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그해 말 정주영씨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난해엔 주공이 토지 임대부 분양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전매 허용 기간, 계약 갱신 기간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흡사하다. 홍 의원의 법안이 분양한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개발이익의 환수 방안이 없는 데 반해 주공의 방안엔 개발이익의 50%를 환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이 제안한 환매 조건부 분양도 개념은 비슷하지만 전매를 허용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 문제는 돈과 땅=분양과 임대밖에 없는 주택시장에서 양자를 절충한 대지 임대부 분양 방식을 잘 활용하면 서민층의 내집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택지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선 국공유지를 활용해야 하나 그럴 만한 땅이 많지 않다. 토공이나 주공이 땅을 사들일 경우 두 회사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재정에서 돈을 메워 줘야 한다는 얘기다. 연기금 등이 투자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이 또한 쉬운 방안은 아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높일 경우 20년 정도가 지나면 토지까지 포함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이나 가격 면에선 별 차이가 없다. 이 경우 토지 임대부 분양의 이점이 없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이 분양 방식이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고, 최근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지방에선 시험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이지만 택지비가 비싼 수도권에선 적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취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년 대선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