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 미 의회에 한국전 참전 용사 5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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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제110대 연방의회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의원이 다섯 명 있다. 하원의원이 네 명, 상원의원이 한 명이다. 하원에선 찰스 랑겔 세입위원장 내정자, 존 코니어스 법사위원장 내정자(이상 민주)와 샘 존슨, 하워드 코블 의원(이상 공화)이 참전용사다. 상원에선 공화당인 존 워너 현 군사위원장이 해병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 존 코니어스(77세.21선.미시간)=하원의 다선 순위 2위로 한국전 때 공병 장교로 참전했다. 1969년 랑겔 의원과 함께 흑인의원 모임(Black Caucus)을 창설했다. 흑인 민권운동을 촉발했던 로자 파크스(55년 백인을 위해 시영버스 좌석을 양보하는 걸 거부하고 체포된 흑인 민권운동가로 지난해 사망)가 24년간 보좌할 정도로 흑인과 소수민족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법사위원장으로 각종 이민법안 처리를 책임지게 되는데 불법체류자 구제와 합법이민 확대에 찬성한다. 한국이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걸 지지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본고장인 디트로이트 출신답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반대한다.

◆ 찰스 랑겔(66세.19선.뉴욕)=한국전쟁 발발 초기에 투입된 미 2사단 소속으로 전투를 치렀고,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다. 77년 같은 당 소속인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계획을 세웠을 때 강력히 반대했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하원의 인준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그는 FTA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한국이 자동차 시장을 열고, 노동법규를 노동자를 더 위하는 쪽으로 바꿔야 FTA를 인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란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이라크에 병력을 증파하려면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그의 최근 발언은 미 사회에서 열띤 논쟁을 촉발했다.

◆ 샘 존슨(76세.13선.텍사스)=한국전에서 F-86 세이버 전투기(일명 쌕쌕이)를 몰고 62차례 출격했으며,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가 25번째 출격에서 격추돼 7년간 포로 생활을 했다. 은성.동성 무공훈장 등 무려 15개의 훈장과 메달을 받았다. 이달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같은 공군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두 차례 참전한 민주당 댄 도드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2003년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를 맞아 참전의 목적과 이상을 잊지 말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 하워드 코블(75세.12선.노스캐롤라이나)=한국전에서 미 해안경비대 소속으로 구조활동을 벌였다. 41년 진주만을 기습, 태평양전쟁을 벌인 일본에 상당한 적개심을 보여왔다. 태평양전쟁 때 미국이 약 12만 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수용소에 강제 억류한 것과 관련, 2003년 "당시 몇몇 일본계 미국인에겐 오늘의 몇몇 아랍계 미국인들처럼 우리를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일본인들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 존 워너(79.상원 5선.버지니아)=18세에 해군에 입대해 2차대전에 참전했으며, 한국전 땐 해병대 장교로 근무했다.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결혼했으나 6년 만에 이혼했다. 워너는 총기 통제와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등 공화당 내 야당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골수 공화당원들은 96년 선거 때 그를 낙선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방어(MD) 체제 강화를 적극 지지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를 하지 않고 고립돼 있는 만큼 언제든 적대적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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