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전 그리스에 '수퍼 계산기'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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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발굴된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의 부품들(上)과 이를 토대로 복원한 모습. [아테네 AFP=연합뉴스]

기원전 1~2세기에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태엽장치 기계가 알고 보니 복잡한 천문학적 계산을 척척 해내는 고대세계의 '수퍼 컴퓨터'였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30일 보도했다.

이 장치는 1901년 그리스 안티키테라섬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로마 시대 난파선에서 발견됐다. 발굴 장소를 따라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이라 이름 붙여진 이 기계는 당초 기껏해야 단순한 천체 달력 기능 정도를 갖춘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영국.미국.그리스 합동 연구진이 3차원 X레이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조사한 결과 365일 달력(윤년 자동 계산) 기능은 물론, 메톤 주기(태음력과 태양의 주기를 맞추기 위해 19 태음년에 7번의 윤달을 둔 것), 캘리퍼스 주기(4메톤 주기에서 하루를 뺀 것), 사로스 주기(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태로 일식.월식이 일어나는 주기)를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수성.금성 등 주요 행성의 운동과 달이 지구 둘레를 타원 궤도로 돌면서 생기는 변칙적 움직임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30일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장치는 당대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히파르코스가 직접 개발했거나 적어도 그의 제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치를 발굴한 난파선에서 그가 살았던 로도스섬의 동전이 발견된 것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카디프대 마이크 에드먼즈 교수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치의 기능을 살펴보니 당시 수학.기술의 발전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나 고대 그리스의 과학사를 다시 써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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