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춘추전국' … 절대 강자 없이 신진 열강 무서운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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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바둑 동네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이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가장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는 기사는 이세돌 9단. 여기에 조한승 9단에 이어 원성진 8단도 생애 첫 우승컵을 따내며 지역 패주의 대열에 합류했고 한동안 잠잠하던 박영훈 9단도 농심배 3연승으로 패색이 짙던 '한국호'를 살려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4천왕이 군림하던 바둑계는 박정상 9단, 이영구 6단, 백홍석 5단, 윤준상 5단, 허영호 5단, 강동윤 5단 등 신진세력들도 크게 치고올라오며 서열이 무너지고 있다.

○ 이세돌, 5관왕 오르다

이세돌 9단은 GS칼텍스배 프로기전 도전기에서 타이틀보유자 최철한 9단을 3대 0으로 완파하고 5관왕에 올라섰다. (세계기전 1개 포함)

11월 27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졌던 최종국은 치열한 난타전 끝에 196수 만에 백불계승. 한때 이창호 9단과 국내 타이틀을 나눠가지며 후계 자리에 가까이 다가섰던 최철한 9단은 KBS 바둑왕전 결승에서의 2패까지 최근 이세돌에게 5연패를 당했다. 근래 이세돌의 기세는 거칠 것 없는 정복자의 모습 그대로인데 과연 그의 영토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 박영훈, 농심배 3연승

한국 4천왕의 한 사람으로 지난해 크게 활약했던 박영훈 9단은 올해는 마치 겨울잠을 자듯 조용했다. 그러나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항전에서 5연승으로 질주하던 중국의 펑취안(彭전) 7단을 주저앉힌 다음(11월 25일) 일본의 본인방 다카오 신지(高尾神路) 9단을 꺾고 (26일) 다시 중국의 천야오예 5단마저 격파해(27일) 3연승을 올렸다. 한국은 조훈현 9단, 최철한 9단, 원성진 8단까지 3명이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끌려가다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농심배는 내년 2월 상하이(上海)에서 이어지며 박영훈은 일본의 마지막 선수인 요다 노리모토 9단과 맞선다.

○ 원성진, 생애 첫 우승

11월 29일 벌어진 2006 한게임배 마스터즈서바이벌(총상금 2억5000만원) 최종전에서 원성진 8단이 후지쓰배 우승자 박정상 9단을 145수 만에 흑불계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최철한.박영훈과 함께 송아지삼총사로 널리 이름을 떨쳤으나 신인왕전 준우승 등 무려 4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던 원성진이 드디어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맞본 것이다. 초반 10연승을 달리던 원성진은 중도에 신예 김지석 4단에게 발목을 잡혀 위기를 맞았으나 나란히 10연승을 달리던 윤준상 5단이 김지석과 박정상에게 꺾여 탈락하는 바람에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 조한승, 미완의 강자

젊은 시절의 조훈현 9단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감각의 마술사 조한승 9단이 2006 마스터즈 토너먼트 결승에서 허영호 5단을 반집차로 꺾고 우승했다. 항시 "실력은 있으나 근성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조한승 9단이 서서히 힘이 차고 있는 분위기다. 허영호는 삼성화재배 4강에 빛나는 백홍석 5단을 꺾고 결승에 올라 조한승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마지막 끝내기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짜릿함,변화,속도'를 추구하는 2006마스터즈 토너먼트는 11월 18~28일 불과 11일 만에 대회를 끝내 앞으로 추구해야 할 프로대회의 전범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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