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FTA 시위대 도로점거 한때 아수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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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을지로 입구역 앞 도로. 오후 4시 30분경 2000여 명의 한미FTA반대 시위대가 도로를 기습점거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다.

22일 서울 을지로 입구역. 한미FTA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박연미 기자

29일 한미FTA저지 2차 총궐기대회에서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서울에만 1만 명, 전국 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시위대도 여론을 의식, 극한 대립은 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극심한 교통 대란은 이번에도 피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일부 시위대는 을지로 일대 도로를 기습 점거했다. 차량과 시민의 발이 2시간 동안 묶였다. 일부는 보도 블록과 배추를 던지기도 했다. 현장 곳곳에 시위대가 추위를 쫓으려 불을 지피면서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그 사이 인도가 돼버린 도로는 기념사진 배경이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핸드폰.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에 나가 포즈를 취한 것. 도로 점거부터 해산까지, 서울 한미 FTA저지 2차 집회 3시간의 현장을 지켜봤다.

# 오후 4시 30분

한미FTA저지 2차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 2000여명이 서울 을지로 입구역 일대 도로를 기습 점거했다. 동대문 일대의 사전 시위대가 중심이 됐다. 앞서 오후 2시부터 서울역과 광화문, 청와대 부근에서 사전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속속 집결했다. 한국은행에서 종로 1가 방향 8개 차선이 완전히 마비됐다. 시청과 퇴계로 일대에 배치돼 있던 경찰이 현장에 도착, 양방향 20m에 이르는 저지선을 그었다. "폭력 경찰 물러가라." 서울 광장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경찰을 향해 시위대가 함성을 질렀다. 경찰도 "해산하라" "불법 시위는 불허한다"며 안국동 방향으로 전진하려는 시위대를 막아섰다.

# 오후 5시 20분

경찰이 '마지막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자진 해산에 불응할 경우 검거하겠다"는 방송이 나오자 시위대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이어 경찰 저지선을 따라 시위대가 인간 바리케이드를 쳤다. "밀어" "더 와, 더 와서 붙어" 시위대와 경찰의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가 보도 블록을 깨뜨려 던지자 경찰이 몇몇 과격 시위대를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연행됐다. 대치 한 지 1시간 20여 분을 지나면서 경찰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을지로 입구역 양 쪽으로 저지선을 쳤던 경찰이 한국은행 방향으로 수 미터씩 빠르게 전진했다. 후진을 거듭한 시위대가 한국은행 앞까지 물러섰다.

# 오후 6시 30분

1k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던 경찰과 시위대의 간격이 500m 안팎으로 좁혀졌다. 을지로 방면과 한국은행 방면 양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전진했다. 농민들이 속이 찬 배추 1000여 통을 내동댕이 쳤다. "배춧값이 똥값만 못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치 중 몸싸움 과정에서 일본 니혼TV 촬영팀 관계자가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양방향의 압박에 시위대는 결국 명동 어귀로 방향을 틀었다. 시위대는 CGV 극장 앞에서 명동성당 방향으로 행진하면서 계속해 구호를 외쳤다. "노동자 농민 다 죽이는 FTA 결사반대" "비정규직 철폐" 소속 단체별로 저마다의 목소리를 냈다. 군데 군데서 시민과 시위대가 가벼운 마찰을 빚었다.

# 오후 7시 30분

2000여 명에 이르던 시위대의 수가 다소 줄었다. 1500여명 안팎의 시위대가 명동성당 앞까지 행진해 촛불집회를 열었다. '반(反)FTA' 의지를 재확인하는 정리집회로 29일 서울 집회는 종료됐다. 오후 7시를 전후해 을지로 일대의 경찰들도 차례로 철수했다. 경찰은 시위 종료 후 "이번에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엄중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반FTA시위 불허 방침도 재확인했다. 시위를 주도한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다음 달 6일 예정대로 3차 총궐기 대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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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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