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해 내려면 강력한 리더십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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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고, 연금 등 사회 시스템을 개혁해야 합니다."

한스 티트마이어전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총재는 4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특강에서 "한국이 저성장.고실업으로 대변되는 독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이 성공하려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엄청난 저항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지도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티트마이어 전 총재는 "독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경제 개혁 없이는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3월부터 정치 생명을 걸고 개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슈뢰더 총리는 집권 사민당 총회에서 노동시장 유연성과 임금 상승 억제를 골자로 하는 '어젠다 2010'을 통과시키기 위해 통과와 총리직을 연계하는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는 "사민당이 지지세력인 노동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개혁에 나서는 이유는 이대로 가다간 독일이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대다수 독일 국민도 기득권이 줄더라도 광범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트마이어 전 총재는 "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개혁으로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소비가 감소하는 등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자극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는 만큼 지도자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한의 통일은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이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처럼 급작스럽게 통일한 뒤 무리하게 경제를 통합하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독 지역의 생산성은 서독 지역의 65%에 그치나 임금 수준은 90%에 달해 연방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쏟아부어 동독 지역 주민들의 임금을 보전하는 불합리가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재홍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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