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니라 자폐였다? 자폐아 85% 구별한 '인형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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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천근아 세브란스 소아정신과 교수

hello! Parents

아이만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 양육자도 공부해야 합니다. 자신이 받은 교육으로는 다가올 시대에 내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을 가진 부모들에게 권합니다. 보육에서 대입까지, 학습법에서 아이 건강 챙기기까지, 양육 노하우를 전합니다. 이번엔 사회성 발달 장애 중 하나인 ‘자폐 스펙트럼’의 핵심 신호를 바로 찾아내고 올바로 대응하는 법을 알아봅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폐와 ADHD의 행동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를 살피면 그 차이가 보인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폐와 ADHD의 행동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를 살피면 그 차이가 보인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영우는 다섯 살이 돼서야 말이 트였다. 아버지가 아이의 자폐를 알아챈 것도 그 무렵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했다면 자폐를 막을 수 있었을까?

소아·청소년 자폐 권위자로 꼽히는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예방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해 적절히 대처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아질 수 있는 장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폐는 전두엽 등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인데, 정확한 원인을 모르니 예방법도 없다. 천 교수가 양육자들에게 당부하는 건 바로 “핵심 신호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 핵심 신호는 대체 뭘까? 만약 신호를 포착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로 페어런츠(hello!Parents)가 지난달 30일 천 교수를 직접 만났다.

◆자폐와 ADHD, 여기서 갈린다=“자폐에서 비롯된 행동을 ‘산만하다’고 해석하기 쉽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2년 ENA 방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박은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했다. [ENA 캡처]

2022년 ENA 방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박은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했다. [ENA 캡처]

산만함이 어떻게 다른가.
“수업 시간에 산만한 아이는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반면 자폐 스펙트럼 아이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른다. 진료실에서 갑자기 제 무릎에 앉거나 위험한 물건을 못 만지게 하면 “싫어. 나빠”라며 소리를 지른다. 겉으로 보기에 둘 다 산만해 보이지만 행동의 원인이 다르다.”
어떻게 구별하나.
“특히 영유아 때 아이가 사회적 참조가 잘 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사회적 참조란 주 양육자의 표정과 주변 정보를 참조해 상황을 이해하고, 분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분위기 봐 가며 행동하는 것이다. 단순히 ADHD로 생각 말고, 영아 때 상호작용은 잘했는지, 한 가지 특이한 거에만 꽂혔던 적은 없는지 등을 떠올려봐야 한다. 걷기 시작한 아이는 처음 보는 물건을 만지려다가도 엄마 표정을 살핀다. 이때 엄마가 괜찮다는 표정이면 만지고, 찡그리면 멈춘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아이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지도 않고 그냥 시도한다. “안돼!”라고 주의를 줘도 멈추지 않는다.”

◆언어 지연보다 어휘 반복 살펴라=“한두 개의 증상만으로 자폐라고 볼 수 없다. 증상을 세심하게 살피되 특히 말의 내용을 잘 봐야 한다.”

말의 내용이란.
“말이 늦다고 다 자폐는 아니다. 제때 말이 트였어도 자폐인 경우도 많다. 자폐는 제한된 주제를 반복해서 말하는 경향이 선명하다. 상황과 상관없는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똑같은 걸 여러 번 묻거나, 책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워서 읊는 등의 경우다.”
지능이 높아서 그럴 수 있지 않나.
“오로지 한 주제에만 꽂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만 꽂히니 대화가 끊기고 소통이 힘들다. 공감과 이해 능력도 부족하다. A가 인형을 바구니에 넣고 자리를 뜬 사이 B가 그걸 상자로 옮겼다. 그 이후 A가 돌아왔다. A는 어디에서 인형을 찾으려고 할까? 7세 이상 정상 발달 아동이라면 바구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85% 이상은 ‘상자’라고 말한다. 인형이 상자로 옮겨진 걸 A가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거다.”

◆초기 대응, 집에서 시작해라=“치료 센터는 36개월 이후 적극적으로 다니라고 권한다. 그 전까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집에서 사회적 자극과 행동교정을 받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집에서 뭘 할 수 있나.
“놀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게 사회적 자극이다. 젤리를 줄 때 소리를 지르고 떼쓰면 안 준다. “젤리 주세요”라고 말하거나, 의사 표현을 할 때까지 기다린다. 문제 행동을 하면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완치는 가능한가.
“안타깝지만, 자폐에 완치란 없다. 최대한 증상을 완화하는 게 목표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사회적 자극을 주면 증상이 상당히 완화되는 경우도 많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천 교수는 “양육자의 죄책감은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절대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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