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9)|공급 착복…축첩 중상 받아|유동훈 영화협회이사장 수5감 뒷얘기|임영(영화평론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나리오 80편, 감독 2편, 그리고 방송드라마 20편이 유동훈 영화협회 이사장이 영화계에서 이룩한 작업량이다. 이혁수 감독·이대근 주연의『고슴도치 시리즈』(77년), 정인엽 감독·정윤희 주연의『꽃순이를 아시나요』(78년)가 인구에 회자되었고 이만희 감독·백일섭·김진규·문숙 주연의『삼포 가는 길』은 이 감독의 유작이 된다.
유동훈의 영화협회 이사장 취임은 88년10월 직배저지투쟁은 전임 정진우 이사장 말기부터 시작된다. 그 조짐은 이미 86년부터 시작, 그러한 사실을 극장협회·영화사업협동조합·영화인협회에 문공부가 통고하나 영화계반응은 자신들의 일사불란한 결의를 가지고 단결하면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낙관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화계 수뇌부들만이 알고 있었고 일반 종사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저지운동은 88년 초에 시작되는데 이것은 영화계가 그 동안 잠자고 있었던 것이 된다. 지금 생각하면 이미 그 이전부터 직배저지를 위한 대책이 있어야 했다고 유동훈은 생각한다.
88년 초 시나리오 분과위원장에 재 취임한 유동훈은 감독분과위원장 조문진과 제휴, 반 정진우 라인을 구성한다.
당시 영화협회 이사장 정진우는 직배저지를 하지 않고 UIP와 협상, 타결점을 모색해야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진우는 UIP가 들어와 봤자 타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유동훈은 말한다.
이 당시의 분위기로 보아 투쟁의 선봉은 역시 감독들이 서야겠다고 생각되었다. 조문진이 저지투쟁위원장으로 나섰고 유동훈이 부위원장으로 나서 결과적으로 감독위원회·시나리오 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앞장서게 되었다. 제작자들도 이에 동조해 함께 뭉치게 된다.
직배영화 상영관인 신영극장·코리아극장 앞에서 시위를 한다. 시위 초기 때는 경찰에 여러 번 연행되나 대충 훈방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신영극장 앞에서 시위도중 과격해져 극장 안으로 난입, 스크린에 페인트칠을 한 것이 영업방해 등으로 입건돼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 전과가 생긴다.
그러던 중 88년 10월 영화협회총회가 성립되어 회원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유동훈이 단일후보로 만장일치로 취임한다. 이로써 영화계 전체가 한데 뭉치게 된다. 이때『저지투쟁 하다보면 잡혀가기도 하겠는데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겠다』고 공약한다.
저지투쟁에 앞장은 섰으나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①업자들이 몸 사리기를 시작한다.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니 미국 직배 사로부터 제소되면 영업상 불리해진다는 변명 ②저지운동은 일시적으로 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상당기간 계속해야겠는데, 이것을 계속할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란이 거듭된다. 결국 자금은 업자로부터 찬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자금은 시위·병·유인물 제작·최루가스 투입·공갈전화 등등 비합법적 투쟁에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출처나 사용처를 일체 공식화하지 않기로 한다.
이렇게 하여 저지투쟁이 격화해가자 피해자 측에서는 투정전열을 와해시키기 위한 공작과 중상을 시작한다. 그 중엔 이사장 유동훈이 투쟁자금을 착복하고, 집도 사고, 도박도 하고, 심지어 첩도 얻었다는 중상을 받는다. 결국 중상작전이 주효해 이사회에서 자금의 용도를 공개하라고 공박 당해 일부를 밝혔다.
이때는 투쟁과 UIP와의 대화가 병행하고 있었다. UIP에 요구하기를 ①점진적으로 들어오라 ②한국 영화계에 상당한 기여를 하라고 했는데 UIP한국대표 마이클 배는 이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나서는 미국 본사에 문서화된 답변서를 요구했는데 본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는 회신이 왔다.
그러자 007영화를 개봉하기에 앞서 본드 걸들을 데려다 선전한다는 기사가 나갔다. 과격투쟁의 필요성이 결의되고 방화사건이 발생한다. 이 모든 토의와 결의는 일체 녹음테이프에 수록되었고, 그것이 경찰에 압수되어 유동훈·이일목·김호선 이주요 용의자로 지목된다. 저지투쟁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잠시 도피해 있다가 20일 후에 유동훈은 자수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