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개방바람 "살랑"… 문단속 안간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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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제>

<현상유지에 역점>
90년 북한 경제는 성장보다는 현상유지에 역점을 두었다.
이는 올해 북한의 90년도 예산 편성에서 이미 예측됐었다.
북한의 90년 예산 증가율은 89년 증가율보다 0.8%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기간 산업 분야나 신규 산업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기존부문을 전년 수준으로 지원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분석됐었다.
대규모 사업 등의 신규투자가 없었던 것은 89년 경제성장이 70년 이후 최악이었던 86년 2.1%와 비슷한 2.4% 수준에 그쳐 투자재원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90년 경제는 기존시설 최대이용 및 증산, 절약에 초점을 두었고 경제선동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일단 김일성의 신년사에서 강조됐던 석탄·철강·전력산업의 경우 전력의 일부 성과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전력부문 중 위원발전소의 일부 완공, 동평양 화력의 착공 등 일부 발전시설 확충이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석탄·철강부문에서는 북한 당국의 발표 등이 없어 평가하긴 어렵지만 기술수준의 한계 등으로 보아 지난해 수준이상의 성과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비해 대규모 인력동원이 가능한 부문에서는 성과가 엿보인다.
광업부문에서는 20만t 규모, 니켈광 5천t 규모, 신파동 광산개발, 황해남도 노천 흑연광 개발을 성과로 들 수 있다.
수송부문에서는 평양∼희천 간1백20㎞ 고속도로 완공, 철도 1백㎞ 전철화 등의 성과가 있다.

<흑연광산 등 개발>
농업부문에서는 재령강∼장수간 수로공사 완공, 서해갑문 2단계 35㎞ 물길공사완공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북한당국의 금년 추곡 결산발표가 없고 한국·일본·중국 등으로부터 식량원조 설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농업부문의 실질적 성과여부는 불투명하다.
주택분야는 3차7개년 계획기간(87∼93년)동안 매년 15만∼20만 가구 주택건설 목표를 책정, 89년까지 25만 가구분을 건설했고 올해도 사업이 진행중이며 평양에도 통일·낙랑거리등에서 5만 가구 아파트건설이 진행 중이다. 주택 건설은 특히 90년 북한 경제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공업부분에서 순천 비닐론공장 일부 공사완료, 사리원 칼리 비료공장 1호소성로 완성도 꼽힌다.
그러나 경공업·기계·전자·자동화부문의 성장은 뚜렷하지 않다.

<경공업 별 무성과>
북한은 89년을「경공업의 해」로 정했고 경공업발전 3개년 계획(89∼91)을 수립하는 등 경공업에 역점을 두었었다.
최근의 방북자들이 인민소비품의 다양화를 전하고 ▲개성 인스턴트 국수공장 착공 ▲평양 야쿠르트공장 설립 등 인민소비품의 수준향상이 전해지고 있으나 전반적 향상으로 평가되기는 어렵다.
기계 및 전자·자동화부문 역시 두드러진 당국의 성과발표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큰 진전은 없는 것 같다.
IC회로·자동화 시스팀·로봇·가전제품개발도 3차7개년 계획기간 중 역점사업이었으나 이렇다할 성과 발표가 없다.
대외무역은 특히 어려움이 가중됐던 한해였다.
북한은 84년 이후부터 무역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왔었다.
특히 89년의 「평축」은 북한의 능력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기회였으나 이때의 성과를 90년의 무역활성화로 직결시키지는 못했다.
무역의 상당부문을 차지했던 동구사회주의 권의 변혁도 북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북한은 88, 89년에 걸쳐 거의 모든 동구국가들과 90년까지 효력이 유지되는 무역·경제·과학기술협정을 체결하고 무역규모확대 및 기술자·과학인력의 교류 등에 합의했으나 지난해말 동구사태로 일시 중단된 뒤 다시 무역을 재개했지만 과거처럼 활발한 무역은 사실상 중단됐다.

<외화문제로 위축>
서방과 제3세계와의 교역 역시 외화문제로 위축됐었다.
이에 따라 무역무대는 소련·중국·일본 및 조총련과 UNDP(유엔개발계획)·국경무역정도로 국한되게 됐다.
여기에 소련과 지난 11월 교역을 외화로 결제할 것을 합의하는 바람에 무역파트너는 더욱 제한되게 됐다.
합영 사업도 85년 5건, 86년 2건에서 87년8건, 88년14건, 89년 27건으로 늘었으나 90년에는 4건에 그치는 등 극히 부진해 합영 공업부도 폐지 북한경제의 대외 한계를 드러냈다.
이 같은 무역사정의 악화로 북한이 중국에는 경제원조를, 일본에는 국교수립의 대가로 경협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의 대북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일본과의 교섭도 아직 시작에 불과해 내년에도 북한 경제사정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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