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중동 최대 가전 공장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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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대우일렉 사장左과 주안 알 카일리NIC 회장이 28일 맨발로 사막을 둘러보며 새로 건설할 공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중동의 금융.관광 중심지로 떠오른 두바이를 벗어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로 향하는 왕복 8차로 고속도로에 접어들면 고층 빌딩이 한창 건설 중이다. 그러나 남쪽으로 달리며 아부다비에 가까워질수록 창밖 풍경은 황량한 사막으로 바뀐다. 산업 기반이 약한 이 아부다비 교외의 사막에 중동 최대의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대우일렉이 참여한다.

◆사막을 가전공장으로=요르단 가전업체와 UAE 투자 펀드가 공동으로 설립한 NIC는 아부다비 지역에 가전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우일렉은 28일 아부다비 근교에 위치한 셰이크 별궁에서 NIC에 8500만 달러어치의 가전공장 설비와 기술을 지원하는 계약을 했다. NIC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총 2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6만5000평의 부지에 내년 3월 착공하는 이 공장은 2008년 상반기부터 대우 브랜드를 단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을 연간 100만 대씩 생산해 UAE를 포함한 14개 걸프지역자유무역협정(GAFTA) 국가에 판매한다. 앞으로 추가 투자를 통해 TV.전자레인지까지 연간 350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아부다비산 대우 제품의 경쟁력에 대해 자신했다. 그는 "제조업 육성에 나선 UAE 정부가 전기료.물값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대우'라는 브랜드 파워도 중국.인도 업체보다 인지도가 높아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단기적으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대형 설비를 수출할 뿐 아니라 5년간 부품을 독점 공급한다.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될 경우 계약은 연장된다. 이 사장은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2억5000만 달러 규모인 중동지역 수출이 2010년까지 5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 프로젝트=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려는 UAE 정부가 제조업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아부다비.두바이 등 7개 부족(에미리트)의 연합으로 형성된 연방국가인 UAE는 연간 981억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3위의 산유국이지만 제조업 기반은 빈약하다. 이 사장은 "1년 이상 전 세계 주요 가전회사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대우일렉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NIC는 가격이 싼 중국업체와의 제휴도 추진했다. 그러나 막상 부품을 받아 조립해 보니 냉장고 뒤에 다는 구리 배관의 길이조차 맞지 않아 제대로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전언이다. 대우일렉은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물쇠 냉장고, 실내 공간이 큰 가옥에 적합한 고음량 TV 등 중동 특화 제품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안 알 카밀리 NIC 회장은 계약서에 서명한 뒤 이 사장과 맨발로 모래 언덕을 거닐며 "한국인이 섬세하고 열심히 일할 뿐 아니라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전자의 후신으로 2002년 설립된 대우일렉은 올 9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와 인도의 가전업체 비디오콘이 구성한 컨소시엄을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중동 지역에서 인도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장경오 대우일렉 두바이법인 대표는 "벌써 경쟁사들은 '대우는 인도 회사'라고 비방하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 과정에서도 워크아웃 중이라 선수금에 대한 은행의 보증을 얻지 못해 서명식 3시간 전에야 겨우 해결책을 마련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부다비=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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