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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해 사이트 퇴치 토론회 열려

중앙일보

입력

28일 밤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목숨을 버렸다.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던 김 군(14). 채팅 도중 "죽겠다"는 말에 친구들이 달려왔지만 극약을 먹은 김 군은 끝내 숨을 거뒀다. 김 군의 친구들은 "자살 사이트에서 극약을 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를 수사중이다.

OECD회원국 중 2년 연속 자살률 1위. 지난해 하루 33명, 연간 1만 2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년 자살은 더욱 심각해 20 ̄3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사건이 자살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 가정법원 조사결과 청소년의 34%가 자살 사이트에 접속해 본 경험이 있었다. 접속자의 34%는 실제로 자살을 계획했다. 71%의 청소년은 당초 심각한 동기 없이 '단순 호기심'으로 접속했다고 답했다. 자살 사이트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해 사이트가 자살을 조장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자살 권하는 인터넷 환경'을 바꾸기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준비한 '온라인 자살 유해 사이트 퇴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다. 협회는 29일 열리는 토론회에 앞서 주요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이홍식 교수는 "'손쉬운 자살 계약'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에서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찾는다. "특별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자살 유해사이트에서 만나 이뤄진 사건으로 추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 날 토론회에서 "자살유해사이트의 적발 및 처벌에 대한 노력과 관련 법안 확충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발제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세대 목회상담학 박사과정 장창민씨와 한국자살예방협회 김희주 사무국장도 자살 유해 사이트의 심각성을 알리는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22개월 동안 자살 유해 사이트를 분석했다. 네이버.다음 등 5대 포털 사이트의 카페 및 게시물, 지식검색어, 블로그를 매주 3회 이상 검색해 총 444건의 유해 사이트를 찾아냈다. 형태는 다양하다. 자살 방법 등을 문답한 지식검색 게시물이 202건(46%)로 가장 많았다. 유해물질 판매자 ID가 117건(26%)으로 뒤를 이었다. 자살 관련 내용을 담은 블로그(85개, 19%)와 자살카페(34개, 8%), 자살사이트 (6개, 1%)도 적발됐다. 자살을 부추기는 이미지와 동영상도 다수 발견됐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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