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고사 "정답 논란"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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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기대 학력고사가 끝난 뒤 입시학원 관계자나 기타 전문가들로부터 일부과목의 문제가 정확한 답이 없거나 답이 2개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의견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출제를 맡은 중앙교육 평가원은 이에 대해 출제위원들의 재검토결과 『일부표현이 불분명했던 점은 인정하나 정답을 고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당초 제시한 답안을 수정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답논란은 앞으로 출제가 오해의 여지없이 좀더 정확해야 할 것이라는 기적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정답에 의문이 제기된 문항은 생물 14번, 자연계 수학 12번, 중국어 6번 문제 등이다.
대성학원측에 따르면 B형 아기를 낳은 부모의 혈액형을 묻는 생물 14번 문제의 경우 ④번(아버지O형·어머니AB형)이 가장 정답에 가까우나 ②번(아버지A형·어머니B형)도 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평가원측은 「각 부모에 해당되는 아기는1명씩」이라는 단서조항이 있어 ④번 이외의 답은 나올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수학의 정석」시리즈 저자인 홍성대씨 등은 자연계수학 12번의 경우 문제 설명이 잘못돼 정답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씨 등은 『…조건은?』하고 물은 이 문제의 「조건」앞에 「필요」라는 단어가 있다면 답은 평가원이 제시한대로 ③번이지만 수학에서 막연히 「조건」이라 하면 「필요충분조건」을 의미하므로 답은 없다는 것이다.
평가원측은 이에 대해 『표현이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나 문제의 뜻을 전달 못할 소지는 없으며 문제 지에 제시된 4개의 답안 중 정답이 될 수 있는 것은 ③번외에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월간 중국어세계사 측은 중국어 6번 문제(「그는 오늘 돌아올 수 없다」를 중국어로 바르게 옮긴 것은?)의 경우 ①, ②, ③번은 완전히 틀린 것이나 정답으로 제시된 ④번(타금천회불래)도 정확한 답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④번이 타금천불회회래, 타금천불능회래가 되어야 정확한 답이며 ④번 자체만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평가원측은 『회라는 단어에 약하나마 「가능」의 의미가 있어 ④번이 맞는 답』이라는 입장이다.
이밖에 일부 영어교사들은 영어 12번 문제에 있어서도 답은 평가원측이 제시한 ②번이 맞지만 매표직원과 여행자사이의 대화과정 중 「주변이 시끄러웠다」는 등의 상황 설명이 괄호 안에 들어있었으면 더욱 명확한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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