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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물가 한자리 수에 자신/공공요금 왜 올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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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년 유가인상 영향 줄이려는 속셈
지하철·대학등록금 등 일부 공공요금의 인상이 단행됐다.
연내 인상여부를 놓고 망설이던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들 공공요금은 인상시기나 폭만 유동적이었을 뿐 인상방침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됐다.
철도·상수도·국내항공요금은 85∼86년에 조정된 뒤 물가안정을 이유로 지금까지 동결됐었다.
올해 물가가 82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르는 등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번에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한 데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다.
그동안 인상요인이 누적돼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데다 가격정책은 순리에 맞게 펴야 한다는 이승윤 부총리·김종인 대통령경제수석 비서관 등 현경제팀들의 성향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는 물가정책만 있을 뿐 가격정책이 없다』든가 『요금인상요인이 있을 때는 이를 조정,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그러나 내각의 자리를 걸고 『연말물가를 한자리로 유지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와 올해 물가가 두자리로 오를 때 내년도 임금교섭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인상을 주저해왔다.
그런데 현경제팀은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가 10월부터 안정세를 보여 올해 한자리 물가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당국은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일부 공공요금을 연내에 올려 내년도 물가부담을 덜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고위층에도 이를 보고,인상방침에 대한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요금이 소비자물가나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데다 연말물가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없어 시기를 엿보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것에 맞춰 인상시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초 유가재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다른 물가에 미치는 심리적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 일부 공공요금을 분산시켜 인상한 것이다.
이번에 올리기로 한 요금 중 국내항공요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요금은 금년도 물가지수에는 잡히지 않는다.
철도·지하철·국내항공·상수도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는 0.20%포인트 밖에 안 된다.
정부는 이번 인상에서 제외된 시내외버스·고속버스 요금인상은 내년도 2차 유가조정 후로 미루기로 했다.
버스가 사용하는 경유가격이 지난번 유가조정 때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전기·가스요금 등도 내년에 인상해줄 방침이다.
페만사태에 따른 유가인상으로 올려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직 문교부에서 협의요청이 들어오지 않아 이번에 제외됐지만 중·고교 수업료도 인상요청이 들어오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물가당국의 입장이다.
정부의 이러한 물가정책이 내년도 임금문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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