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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남편 생각날 때 모아”…소방관 울린 편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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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사진 경기 광주소방서]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사진 경기 광주소방서]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간식과 음료 50잔, 그리고 현금 200만원과 편지가 든 상자가 배달됐다. 기부자는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며 “추위도 잊고 어떻게 해서든 남편을 빨리 구조하려고 노력하고, 구조 후 구급차로 옮겨가는 와중에도 같이 뛰며 조금이라도 더 응급조치를 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라며 “이날이 오는 게 힘들고 두려웠지만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커피 한잔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다”고 적었다. 그는 “그날 애써준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면 남편도 ‘우리 아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서는 A씨를 어렵게 찾아 돈을 돌려줬다. 중장비를 몰던 남편 B씨는 지난해 12월 15일 현장에서 쓰러졌다. 구급대원들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을 거뒀다. 광주서 관계자는 “원망 아닌 감사에 뭉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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