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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나랏빚 53.5%…비기축통화국 평균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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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일반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53.5%로 올라가면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이 더는 재정건전성이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다.

일반정부 부채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는 1600조원에 육박했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처음으로 70%를 넘겼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2022회계연도 일반정부·공공부문 부채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D3)는 1588조7000억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를 포괄하는 일반정부 부채에 한국전력 등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더한 게 공공부문 부채다. 전년(1427조3000억원)보다 161조4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4.9%포인트 늘어난 73.5%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부채를 구성하는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517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조7000억원 늘어난 여파다. 특히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부채가 46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도 전년보다 17조1000억원 늘었다.

일반정부 부채(D2)만 보면 1년 새 90조9000억원 늘면서 지난해 1157조2000억원에 달했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2%포인트 증가한 53.5%로 집계됐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일반정부 부채는 GDP의 40%에 불과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한 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을 확대하면서 나랏빚은 대거 늘었다. 이 때문에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2018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53.5%)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11개 비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달러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부채비율을 점차 줄여가는데 한국은 역행하면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채무비율이 낮다는 한국에 대한 평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올해 역시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총수입은 49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조2000억원 줄었다. 세수가 줄면서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1~10월 52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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