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비판하는 국민 "대통령직 완수는 헌정 질서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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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자세로 마무리나 잘했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해 사회 각계에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책임 있는 발언 해야"=연세대 이기택(정치외교학) 명예교수는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나라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인데, 이런 얘기가 나오면 국민은 당황하고 국제관계에서도 대통령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공보이사는 "국정 불안의 원인이 여야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는데 왜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듯한 말을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강원 경실련 시민입법국장은 "이런 발언은 국민에게 고통과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야 모두 정치 실종을 반성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대통령 발언에 신경 안 쓰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왔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헌법에 규정한 대통령의 임기는 존중해야 한다는 게 국민 다수의 공감대인데 본인이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고려대 김우창(영문학)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헌법적 질서와 정치적 질서 모두 혼란에 처하게 되니 차라리 사정을 헤아려 국민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하야를 거론하자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시민들이 청와대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안성식 기자

◆ "넋두리보다는 자기 반성부터"=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의 임기는 소중한 것인데 너무 쉽게 말한다"며 "이제라도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접해야 하며 특히 인사 문제에서 측근을 배제하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김광웅(행정학) 교수도 "가신(家臣)들을 정리해 국정 운영에서 손떼게 하고 남은 1년간 지난 4년을 수습해 다음 정권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연세대 박영식 전 총장은 "넋두리보다는 자기 반성을 하며 남은 임기를 잘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사회에 공헌한 원로들을 보수니 반통일이니 하면서 몰아붙인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는 "대통령직을 완수하는 게 헌정 질서에 대한 책임"이라며 "정치권이나 사회에서도 뽑힌 대통령이 남은 기간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근영.권호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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